흑산공항 건설사업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마지막 관문인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남겨둔 가운데 관계부처 간 의견 조율만 반년 넘게 이어지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전남을 찾아 흑산공항 건설을 약속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사업 추진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24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흑산공항 건설과 관련, 환경부가 관계부처 간 합의 절차를 시작했지만 지금까지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관계부처 간 국립공원 구역 재조정에 따른 편입 부지를 놓고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민감한 문제가 있어 의견 조율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는 지난해 6월 국립공원 부지 1.2㎢를 공원 구역에서 해제하고 대체 부지로 선도 갯벌 5.3㎢를 국립공원 구역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마련해 환경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해수부의 반대로 신안군 명사십리 해수욕장 주변 해역 5.5㎢를 대체 부지로 내놓겠다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환경부는 10년을 주기로 전국 22개 국립공원 구역과 용도지구를 재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흑산공항과 관련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뿐만 아니라 전국 22개 국립공원에 대한 협의도 동시 진행 중이어서 관련 협의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게 전남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지만 관계부처 간 최종 합의는 추석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일정 역시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부처 간 합의를 마무리하고 올해 중 착공하겠다는 전남도의 구상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전남도는 현재 부처 간 공원 별 상호 교환에 의한 해제·편입 부분을 매주 협의 중이며 해수부·산림청과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만큼 9월 중 협의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마무리될 경우 내년 상반기 총사업비 협의를 거쳐 하반기 착공을 기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2009년 ‘흑산도 소형공항 건설’을 검토하면서 본격화된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총사업비 1천833억원을 투입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흑산도 62만4천㎡ 부지에 길이 1.2㎞, 폭 30m의 활주로를 포함한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배편 등으로 7시간 이상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내로 단축돼 섬 주민과 관광객의 이동권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흑산공항 건설은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수년 째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2018년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두 차례 열렸지만 ‘경제적 타당성, 철새 보호 대책 강구, 조류 항공기 충돌 가능성, 항공기 사고 가능성, 국립공원 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심의 보류 또는 잠정 중단 판정을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업에 포함돼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전남을 방문해 흑산공항 건설을 약속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지난 대선 당시 흑산공항 건설 추진을 공언한 만큼 새 정부의 의지만 보이면 사업 추진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관계자는 “환경부가 여러 건의 분쟁 사안을 처리하다 보니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 예측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현재 부처 간 의견 조율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 만큼 올해 안에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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