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 유당공원

“여수, 순천에서 숨져간 2천여 명의 무고한 사람들, 그리고 동족 간의 내전으로 인해 3백만 명의 사상자를 낸 6·25 전쟁은 분명 우리 민족에게 아직까지도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고 부끄러움으로 존재한다. 또한 그런 역사의 현장을 포착할 수 있었던 나로서는, 그런 비극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이고 더 이상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 사진작가 이경모의 기록 中

대한민국 기록사진계의 거목 이경모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12월28일까지 ‘이경모 사진전 : 역사가 된 찰나’를 개최한다.

이경모의 사진 140여 점과 그의 생애가 담긴 개인적인 자료들을 다수 선보인다.

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사진전이며, 국공립미술관에서 이경모의 개인전이 열리는 것 또한 최초다.

광양 출신 사진가 이경모(1926-2001)는 호남 신문사(현 광주일보 전신) 사진부장으로 재직하며 각종 역사적인 사건과 더불어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 현장과 전국 각지의 풍경과 문화재,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의 사진은 사건과 풍경의 이면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역사적 자료로서의 기능을 뛰어넘어 예술적·미학적 측면에서의 고유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경모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 중 비교적 전시 이력이 없는 일상과 자연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여순사건과 6·25 전쟁을 기록한 그의 사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가 찍은 여순사건 사진들과 전쟁 전후 사진들을 통해 작가의 시선과 성실한 기록의 여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아울러 본 전시는 사진가 이경모가 사건만을 담아내는 것이 아닌, 사건 속 사람을 유심히 살피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풍경을 미학적으로 고려해 사진에 담아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인 ‘역사가 된 찰나’ 역시 그의 작품들이 사건 안에서 잊히기 쉬운 개개인의 역사가 담긴 찰나를 사진으로 건져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경모 작가는 사진가로서 소신 있게 삶과 역사의 본질을 파헤치고자 했다”며 “예술가적 시선이 담겨있는 그의 사진 속에서 예술적·미학적 측면에서의 고유한 시각 또한 찾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남도립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불타고 있는 여수 시가지

광주 계림국민학교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