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북구청에서 공무원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검은 리본을 가슴에 패용하고 있다.<광주 북구 제공>

#모자이크가 되지 않은 이태원 사고 영상을 우연히 본 20대 A씨는 손이 떨리고 속이 메스껍다고 느껴 그날 이후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자꾸만 머릿 속에서 스쳐가는 영상에 고통을 느끼면서 SNS에 이와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핼로윈 데이를 맞아 파티에 참여했던 B(20대)씨는 ‘오늘 희생된 사람이 내가 아닌 것이 감사하면서도 죄책감이 든다’고 참담함을 토로하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B씨는 “20대 희생자가 많았던 이번 참사에 충격받은 시민들을 위해 국가 차원의 트라우마 관리가 지원되길 소원한다”고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 C씨는 “10년차 간호사로 수없이 많은 심폐소생술(CPR)을 해왔고, 시신을 많이 봤지만 이태원 참사 영상은 정말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면서 “누구나 볼수 있는 SNS에 수없는 영상이 떠돌고 있어 절박한 고통의 순간을 가십거리 같이 취급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SNS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피해 영상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과 공포는 전 국민적인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광주에서도 시민들의 불안감 호소가 짙어지고 있다.

31일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전날부터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에 관련해 시민들의 불안감 호소 등 상담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센터는 수면장애, 불안감 등을 호소하는 시민들에게 심리 상담을 통한 조치를 취하고 증상이 심한 시민들에게는 정신과와 연계하는 등 빠른 대처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SNS 등에서 사고 현장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흘러넘치면서 이에 따른 정신적 피해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구급요원들이 집단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영상에 이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시신들이 바닥에 눕혀져있는 충격적인 사진들도 실시간으로 유포됐다.

이는 국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대규모 압사 사고인데다 특히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 등 국가적 재난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SNS라는 새로운 수단을 통해 현장 모습이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국민의 충격을 더욱 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참사 영상 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미디어 사용을 되도록 줄이고 적극적인 상담과 위로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준 해피뷰병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사고와 관련된 영상에 반복 노출될 경우, 사고를 마치 내가 겪었던 것 같은 각인효과가 생길수 있다”면서 “이는 불안, 과도한 걱정 등의 증상을 야기시키고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의 징후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마음 건강과 관련한 정보를 얻거나, 전문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받을 수 있는 심리상담 핫라인(1577-0199)을 운영 중에 있다”면서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는 시민분들은 전화 상담을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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