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이강하미술관 제공>

‘맥-아(脈-我)’

‘무등산의 봄’

“나의 정신과 육체를 다해 작품에 임하고자 한다. 거짓 없이 나의 진실을 보이고자 한다. 재주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하늘의 뜻에 따라 엮어 나가고자 한다. 작업한다는 것은 노동이다. 젊어서의 노동, 그것은 엄청난 예술의 경지를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한다.”
(1985년 1월 작업실에서, 이강하 작가노트)

‘무등산 화가’로 알려진 이강하 작가. 오랜 세월 작가를 옭아매던 6개 죄목이 43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참여를 이유로 지명수배자가 돼 2년 여간 전국 사찰을 돌며 은둔생활을 해야 했고, 1년여간 수감됐다.

이강하미술관은 2024 신년 소장품전 ‘이강하의 응시凝視, 1984-2024’를 연다.

이번 전시는 고 이강하 작가의 1980년대 작품부터 2007년 작 ‘무등산의 봄’까지 시대별 대표작들을 주제와 흐름에 맞춰 선보이는 자리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성과 오방색을 바탕으로 남도의 사계절 풍경과 1980년 시대상을 담은 독자적 회화를 구축했다.

그 중 1984년 작 ‘맥-아(脈-我)’는 그가 1980년대 천착한 ‘맥(脈)’ 연작 중 하나로 한국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보존지원 사업에 선정돼 약 1년 동안 보존·수복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오랜 세월 풍파 속 손상된 작품이 생명을 부여받은 것.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한국관 특별전에 처음 선보였던 작가 생애 가장 큰 작품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로 약 13m에 달하는 대형 작품으로 광주를 넘어 세계로 이어지는 광주정신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또 전시에서는 작품들과 함께 이강하 작가의 무죄 판결문, 생전 사용하던 작업도구 등 아카이브 자료도 엿볼 수 있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은 “미술관에 소장된 예술가의 삶과 예술세계가 담긴 작품 그리고 아카이브 자료들은 예술적 기원을 소환하면서 잊혀지고, 소멸된 과거의 보편적 사유를 재조명하고 복구해 내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랜 시간 자유와 진실을 응시했던 예술가의 시선과 그 의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10일까지 진행되며,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무료 전시 도슨트 프로그램도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한편, 이강하 작가는 1953년 영암에서 태어나 조선대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 순수미술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미술대학에 입학 후 계엄군에게 구타당하는 학생을 목격하고 시민군에 동참했다. 샤머니즘 사상이 깃든 ‘맥(脈)’ 연작과 남도 정경이 담긴 ‘영산강 사람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무등산과 비단길 위의 누드가 상징적인 ‘무등산’ 연작 등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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