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9(수)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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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남을 이병훈 의원 경선 탈락은 아쉽다. 이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문화정책 전문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과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경력이 증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관련 특별법 개정 작업을 주도해 기관의 위상을 높였다. 상임위 활동에서는 K-콘텐츠산업 지원 확대를 이끌었다.
광주 북구을 이형석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광주가 키운 반듯한 정치인이다. 조선대를 졸업하고 광주은행에 입사해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1998년 광주시의원을 시작으로 광주시 경제부시장을 지냈다. 광주의 30년 숙원이던 광주운전면허시험장 착공은 그의 작품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라는 지위를 갖는다. 때문에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민만을 위한 입법과 정책활동을 펼치면 비난받는 이유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에서 행해지는 특정 사업이 해당 지역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 발전에 이바지하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는 국회의원이 지역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웅변한다. 남부 지중해와 인접한 이곳은 1970년대 초까지 작은 관광지에 불과했다. 이곳 출신이자, 국립광업대 교수였던 피에르 라피트는 1960년 소피아앙티폴리스를 사이언스 파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개인적 구상은 1969년 자치법령으로 확정됐다. 이후 소피아앙티폴리스는 유럽 최고 실리콘밸리가 됐다. 이 과정에 피에르 라피트는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85년 알프 마리팀(Alpes-Maritimes) 상원의원에 당선돼 2008년까지 상원의원으로 활약했다. 소피아앙티폴리스 성공에는 상원의원 피에르 라피트가 있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정반대 경우가 있다. 제13대(1988년) 광양군 국회의원 선거다. 4명 후보가 출마했다. 최대 관심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 후보(김종호)가 DJ의 평화민주당 후보(이돈만)를 제치느냐 여부였다. 김종호 후보는 모두가 인정하는 광양의 인물이었다. 육사를 졸업했고 소장으로 예편했다. 전남도지사(1980년 5월-1982년 1월)와 건설부장관(1982년 1월-1983년 10월)도 지냈다. 전남도지사 시절 제2제철소(현 광양제철소) 광양 유치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당시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을 설득해 후보지를 아산만에서 광양만으로 돌린 장본인이 그였다. 하지만 광양군민은 미국에서 활동한 민주화 운동 외에 특별한 경력이 없는 40세 후보를 택했다. 광양을 천지개벽시킨 주역을 외면했다.
1970년대 초반 일본 총리를 지낸 다나카 가쿠에이는 설국으로 유명한 니가타현 출신이다. 정계 입문 후 빈약한 고향 처지를 대변해 균형발전을 줄기차게 주창했다. 일본의 지방이 우리나라 지방보다 잘사는 이유도 그가 1971년 주창한 ‘일본열도 개조론’ 덕분이다. 2010년대 아베 신조 총리의 ‘지방 창생’도 다나카 총리의 균형발전 정책에 근거한다. 북동쪽의 변방 도시 니가타와 도쿄를 연결한 조에쓰 신칸센은 다나카가 고향에 준 선물이었다.
다선 국회의원 배출은 해당 지역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다선이 돼야 국회 상임위장은 물론이고 당 대표와 대권 도전의 길이 열린다. 1988년 소선거구제 실시 이후, 광주에서 4선은 박주선이 유일하다. 전남에서 4선은 김성곤, 박지원, 주승용, 한화갑 등이며, 5선은 김충조, 박상천, 이낙연 등이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정치인은 박주선(국민의당)과 이낙연(더불어민주당)뿐이다. 다선 국회의원 배출이 지역의 정치적 자산이란 측면에서 우리 지역 성적표는 초라하다.
일부 정치평론가는 광주와 전남 주민의 정치적 아이큐가 뛰어나다고 말한다. 이른바 정치력(政治力)이 높다면 지역에 뿌리를 내린 잠재력 있는 국회의원을 대권 후보에 버금가는 정치적 지도자로 키우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싹수 있고 경쟁력 있는 유망한 국회의원을 물갈이하기 때문이다. 현역 교체 광풍 속에 살아남은 이개호(영광 등), 서삼석(무안 등), 신정훈(나주 등) 등이 그래서 지역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
광주와 전남에 지역구를 둔 다선 국회의원의 부재는 지역발전에 손해다. 지역민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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