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4(수) 16:58
|
-팬들이 즐거워 하는 ‘이기는 야구’…‘팬 퍼스트’ 철학 주효
-‘이름값 보다는 실력’ 선의의 경쟁으로 선수 잠재력 극대화
-선동열 이어 역대 두번째 최연소 정규리그 우승 감독 등극
|
KBO리그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43) 감독이 KIA 타이거즈를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른바 ‘소통 야구’가 결실을 맺으며, 부임 첫 해 새로운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KIA는 지난 17일 인천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원정경기에서 0-2로 패했다. 하지만 이날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에 4-8로 패하면서 KIA는 우승 매직넘버를 모두 삭제하며 올 시즌 1위를 확정했다.
2017년 통합 우승 이후 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통산 12번째 타이거즈의 우승을 노리게 됐다.
올 시즌 KIA 정규리그 우승의 1등 공신은 단연 이범호 감독이다.
이 감독은 올 취임 당시 선수들에게 팬들이 즐거워하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이기는 야구를 펼쳐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걸 성공의 반석 위에 올린 건 선수단을 아우르는 그의 탁월한 리더십과 소통 능력이었다.
김종국 전 감독이 불미스런 일로 해임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감독직을 맡게 된 이범호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KIA를 원팀으로 만들었다.
고참 또는 후배 할 것 없이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도록 ‘권위’보다 형처럼 푸근한 리더십을 내세웠다.
선수들이 즐겁게 플레이를 해야 최고의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이 감독만의 확고한 철학이다.
이 감독의 특유의 친화력은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주전·비주전 가리지 않고 기용하며 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팀이 부진에 빠질 때도 이 감독의 지도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기보다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플레이로 운영했다. 그렇게 신뢰와 믿음을 주며 선수들과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물론 항상 친근한 형님 스타일만 보인 건 아니다. 때로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조용하면서도 따끔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간판 선수들이라도 부진하거나 실수가 있으면 가차 없이 교체를 단행했다. 그만큼 개인의 명예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이 감독의 ‘소통 리더십’은 이미 예전부터 증명돼 왔다.
한화 이글스에서 10년을 뛰고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친 이 감독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KIA에서 활약하며, 남다른 카리스마와 소통 능력을 뽐내 지도자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IA가 2021년 퓨처스(2군) 감독, 2022년부터 1군 타격 코치 등 주요 보직을 이 감독에게 맡겨 능력을 테스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 시즌 내내 이어진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탈에도 이 감독은 선수들과의 깊은 소통과 넓은 시야를 통해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함으로써 팀의 전력을 유지했다. 이러한 성과는 코치 시절부터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선수들과의 긴밀한 유대관계 덕분에 이룰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이번 정규리그 1위 확정으로 새 타이틀을 달게 됐다.
2005년 선동열 감독(당시 42세 8개월 12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42세 9개월 23일) 정규리그 우승 감독이 됐다.
또, 2005년 선동열(전 삼성 감독), 2011년 류중일(전 삼성 감독)에 이어 취임 첫해 정규리그 우승을 일군 역대 세 번째 감독이 되면서 두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감독의 이번 우승은 가히 엄청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타이거즈에서 뛴 선수 출신으로는 KIA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최초의 사령탑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소통 리더십으로 올 시즌을 제패한 이범호 감독이 이제 새로운 타이거즈 왕조 건립에 나설 차례가 됐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