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면作 ‘강산무진팔폭병풍’

허행면作 ‘사계군방도’

허백련作 ‘위진팔황’

허백련作 ‘무릉도원’

진도에서 태어나 자란 의재 허백련과 그의 동생 목재 허행면은 19세기 문인화가 소치 허련과 한 집안으로, 어려서 서예와 묵화의 기초를 익힐 수 있는 예술적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의재는 동양 고전과 문인정신을 바탕으로 남종문인화풍을 견지하며 화단의 거장으로 일가를 이뤘고, 목재는 형인 의재에게 서화를 배웠으며 목재라는 호마저 의재로부터 받을 만큼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본에서 법률 공부를 하던 20대에 갑자기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의재와는 달리, 목재는 광주고보 재학 중 석고데생이나 수채화, 유화 등 서양화 기법과 이론도 접하며 차근차근 화가의 꿈을 키웠다. 이후 1938년 의재가 전통 서화교육과 교유를 목적으로 한 연진회(鍊眞會)를 설립할 당시, 목재는 창립회원으로 참여하며 본격적인 화업에 들어서게 됐다.

새 봄을 맞아 의재미술관이 의재와 목재 형제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시를 펼쳐낸다.

오는 8월31일까지 미술관 1,2전시실에서 진행되는 ‘꽃 피고 물 흐르니 - 의재 목재 형제전’이다.

전시에서는 미술관 소장품 중 의재 허백련과 그의 동생 목재 허행면의 산수화와 화조화, 서예작품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의재 허백련의 ‘무릉도원’과 ‘석문도명’은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 복숭아꽃이 핀 도원의 꿈을 보여준다. 바닷가 바위에 앉은 독수리의 기세를 엿볼 수 있는 ‘위진팔황’도 함께 걸린다.

의재 못지 않은 기품있는 화풍을 선보이는 목재의 그림에도 눈길이 간다.

목재는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경산수도를 여러 점 남겼으며,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과 회화미를 강조하며 자기 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그는 특히 현실적인 풍경화와 꽃이 가득한 화려한 군방도(群芳圖)의 독특한 기법을 구사했다.

각색의 모란이 마당 한가득 피어있는 의재 허백련의 모란병풍 ‘대부귀육곡일지병풍’과 갖가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목재 허행면의 ‘사계군방도’는 두 사람의 화풍 상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선옥 의재미술관장은 “같은 듯 다른 화풍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의재와 목재 작품을 통해 근·현대 남종문인화의 다양한 면모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기간 의재미술관 4전시실에서는 의재 허백련의 손자이자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인 직헌 허달재의 문인화전이 열린다. 담담하면서도 기품있는 수묵 사군자화 30여점을 선보인다. 매화 그림으로 유명한 허달재의 최근작인 수묵 사군자화를 비롯해 도기 그림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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