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매월동 세하천에서 오·폐수가 섞여 악취가 진동(사진 下)하는 데다 안내 표지판 또한 낡아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 등 관리 부실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사진 上)./주성학 기자

“냄새 나죠? 비가 안 올땐 더 심해요. 깨끗한 하천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냄새만이라도 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3일 오전 광주 서구 매월동 전평제 인근 하천. 썩은 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천의 물은 한 눈에 봐도 탁했고 물 위에는 거품과 주황색·갈색의 부유물이 떠다녔다. 중앙의 느티나무 옆으로는 말라 죽은 갈대가 엉켜 있었고 그 주위로 검은 물줄기가 힘없이 흘렀다.

하천 주변에는 ‘쓰레기 불법투기 금지’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폐스티로폼, 비닐, 생활 쓰레기 등이 쌓여 있고 낡은 안내판은 글씨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다.

강변 데크길은 훼손돼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진입할 수 없었으며 하천 곳곳에는 각종 폐기물이 널려 있었다.

인근 상가를 찾기 위해 차를 세운 시민은 불쾌한 표정으로 하천을 바라보다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해당 하천은 세하천이라 불리는 지방하천으로, 매월동에서 시작해 벽진동 서창천으로 합류한다. 총 길이 2.06㎞, 유역 면적 3.02㎢ 규모다.

도심 대부분 지역은 하수관로를 통해 오수가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해 처리되지만, 세하천 일대처럼 하수처리구역 외 지역은 별도 하수관이 없어 개인하수처리시설(정화조, 오수처리시설)을 통해 정화된 오수가 하천으로 흘러든다. 이 일대에는 현재 약 20여개의 오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다.

현장에 설치된 안내판을 보면 세하천 일대는 2013년 환경부 주관 생태계 보전 협력금 반환 사업으로 ‘도시 생태 네트워크 조성 사업’이 추진돼 곡류화 정비와 비점오염원 저감, 바이오 가든·생태 학습 공간 조성 등이 이뤄졌다.

2016년에는 ‘우리 마을 도랑 살리기’ 사업에도 선정돼 EM(유용미생물) 사용과 오수처리시설 정비 등이 추진됐지만, 현재는 당시 사업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인근 상인 김모(40대)씨는 “겨울에는 냄새가 덜하지만 2-3년 전부터 봄·여름철 비가 오지 않는 날엔 가게 안까지 냄새가 들어온다”고 토로했다.

시민 이모(50대)씨도 “차를 주차하고 가게로 걸어가다 보면 썩는 냄새가 확 올라온다”며 “예전엔 체험장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차례의 하천 개선 사업이 진행됐음에도 악취 문제가 이어져 인근 상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관할 구청인 서구는 도시 생태 네트워크 조성 사업의 경우 보존 기간 만료로 관련 사업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아 해당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서구는 하천 인근 개인하수처리시설에 대한 현장 점검을 통해 악취 저감 조치에 나서며, 주민을 대상으로 하수 처리시설 관리 방법에 대한 홍보도 병행할 방침이다.

서구 관계자는 “2013년도 진행된 사업의 경우 보존 기간이 지나 내부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며 “하수관로 사업은 규모가 커 구 차원에서 추진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악취는 갈수기로 유량이 부족해 악취가 심해졌을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인근 상가와 가정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점검해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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