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돼지감자) 자운영

토끼풀과 코스모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우리 정서에도 깊숙이 자리 잡은 이 식물은 토종이 아니고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이란 ‘우리나라에 살지 않던 식물이 어떤 경로로 이 땅에 들어와 스스로 터를 잡고 씨를 퍼트리며 살아가는 식물’, 즉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여 토착화된 식물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00여종이나 되는 귀화식물이 살고 있다.
귀화식물들은 고향을 떠나 어떻게 머나먼 곳에 와서 살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숨어 있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먼 곳에서 새로운 농작물이 들어오면서 휩쓸려 들어왔다. 예를 들어 벼와 함께 돌피·방동사니가 들어 왔고, 보리와 함께 질경이·냉이가 들어왔다. 구한말 이후에는 국제 교역과 교류가 활발해져 사람이나 동물 또는 화물과 함께 많은 식물이 들어왔다.
대부분 귀화식물은 우연한 기회에 들어왔지만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도입한 것도 많다. 식용?관상용?사료용?녹비용으로 재배할 목적으로 도입한 식물이 뛰쳐나가 야생에 적응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인디언들이 먹었던 뚱딴지는 식량작물로 들여왔다. 그러나 뚱딴지에 있는 이눌린(inulin)이라는 전분은 사람이 먹을 경우 분해효소가 없어 소화가 잘 안 된다. 따라서 사람이 먹지 않고 돼지에게 먹였다. 이 때문에 돼지감자라고도 한다.
꽃이 자줏빛 구름처럼 아름다운 자운영(紫雲英)은 풋거름으로 쓰려고 중국에서 들여왔다.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준다.
귀화식물이라면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귀화식물은 햇볕을 좋아하는 양지식물이기 때문에 생태계가 망가진 공사현장·길가·냇가 등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고 생태계를 고치는 작업을 시작한다.
또한 우리 정서와 잘 어울리는 귀화식물도 있다. 길가에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저녁에 환하게 웃는 달맞이꽃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반면에 낮선 땅에 와서 미움을 받으며 서럽게 사는 귀화식물도 있다. 환경부에서는 돼지풀·양미역취 등 11종을 생태를 교란하는 식물로 지정하고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생태교란식물을 뿌리채 뽑아내는 이벤트성 행사를 하고 있는데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생태계를 복원하여 귀화식물이 번식할 여지를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퇴치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사진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자라는 귀화식물이다.
외국에서 들어 왔다고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국립종자원 전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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