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오리 사라지고 기러기떼만 해남군 고천암호를 찾은 쇠기러기떼 수십만 마리가 겨울을 보내며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고천암과 금호호 등에서 하루 20만 마리 이상 관측되던 가창오리는 올해 한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해질 무렵 금호호, 고천암호의 석양 속에 화려한 군무를 추던 그 많았던 가창오리는 어디로 간 걸까.

왼쪽 쇠기러기

국내 유명 철새 도래지 가운데 하나인 해남에 ‘겨울 진객’ 가창오리떼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수십만 마리가 찾아 금호호, 고천암호에서 겨울을 보내며 황홀한 군무를 선보였다. 지난해 1월만 해도 하루 20만마리 이상 관측됐으나 이번 겨울에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해남군청 환경과 직원들이 매일 철새 도래지를 살펴보고 있지만 가창오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가창오리 대신 기러기 떼와 청둥오리 등이 월동하고 있고 이마저 개체수가 줄었다. 가창오리떼가 사라진 것은 서식 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가창오리 수컷

해남과 영암지역이 수렵지구로 지정돼 총성이 울려 퍼지고 금호호 등에서 어로행위가 허용돼 철새의 쉼터가 불안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료용으로 쓰려고 하얀 비닐로 말아 농경지 곳곳에 놔둔 대형 원형 볏단이 햇살에 반사돼 철새들의 비행에 위협을 주고 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 야생조류협회 고경남 회장은 13일 “불안한 서식 환경과 먹이 부족으로 가창오리떼가 10만 단위의 대그룹에서 만 단위의 소그룹 형태로 나눠 이동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철새 도래지 여건이 악화할 대로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창오리는 길이 40㎝로 아시아에 분포한다. 개체 수는 총 80여만 마리다. 일제강점기 때 가창오리로 명명됐지만,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남=박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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