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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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이 맺어준 인연…함께 있어도, 멀리 떠나도 그리움으로 남아
화가 박종석의 히말라야 그림여행
<23·完> 영혼을 위한 기억의 파편들

  • 입력날짜 : 2014. 06.18. 20:16
박종석 作 ‘평화의 기도’
오래 전 결혼할 때 나머지 삶을 함께할 아내에게 선물한 것이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이다. 내용은 ‘보다 충만한’삶- 진정한 혁명을 위해, 작은 애벌레 한 마리가 알을 깨고 나와 생각하고 고뇌하며 삶에는 무엇인가 보다 충만 된 것이 있음을 느끼고 궁리하는…. 그러나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해야 된다고 느낀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은 독자들에게 상상하도록 끝을 맺는다. 후기에 작가는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엮어내는데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어느 화가에게 그 그림을 그리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5분이 걸렸고 그리고 나의 온 생애가 걸렸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삶도, 책 한 권도 온 생애가 담겨 있을 수 있다.

경건한 긴장과 생사의 경계를 실감 할 수 있는 히말라야의 고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은 희망과 도전의 꿈을 안고 실타래가 엉켜있는 듯한 현실을 잠시 접어두고 고행의 원정을 떠난다.

매번 온 생애가 걸려 있는 대담한 모험이다. 그래서 가족들의 걱정과 많은 후원자들의 격려와 함께 ‘보다 충만 된’꿈을 이루길 간절하게 기원한다.

가셔브롬 가는 길에 서성호 대원과함께.
인류의 생명체 가운데 인간만이 깊게 사유하고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나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 있지 않겠는가?” 라는 의문을 갖는다.

히말라야 캉첸중가 등정을 목표로 굳은 각오를 다짐하고 한 걸음씩 정신을 집중해 정상을 밟은 산악인, 박남수 등반대장은 온 생애의 꿈을 이루고 현세의 삶을 버렸다. 또 에베레스트 정상을 2006년에 이어 새로운 시도인 무산소 등정을 하고 꽃다운 삶을 마감한 서성호 대원의 비보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참으로 영혼이 맑은, 겸손한 젊은 산악인들의 사고 소식은 등정의 의미와 가치가 허무주의로 빠지게 한다. 이유는 인연의 단절과 그들의 미래에 희망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고독’
산은 오르면 내려와야 한다.

원정은 떠나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어떤 모습으로 귀가하느냐가 문제이다.

사고 소식에 많은 사람들은 바라지 않은 아픔이 생겨나고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자주 우울하게 한다.

그들의 삶에 가치와 의지를 진심으로 존중한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시간이 뼈아픈 그리움으로 남는다.

‘서성호 대원’
2007년, 한국도로공사 에베레스트. 로체 원정대와 2011년 마나슬루 원정대에 격려단으로 동참해서 인연이 굳어진 박남수 등반대장은 때 묻지 않은 동심을 가진 산악인으로 항상 웃음을 머금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어린 딸이 철사로 어설프게 엮어 만든 목걸이를 선물 받아 베이스캠프에서 대원들에게 자랑하던 모습과 박상수 대장님에게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정상공격에 참여를 허락받기 위해 애쓰던 기억, 나와는 나이가 차이가 나는 후배이지만 전화통화 중 기분 좋을 때는 “석주 아우 잘 있었는가”라며 농을 걸어온다. 그럴 때 나는 어김없이 “예, 박대장님”하고 부른다. 그리고 서로 호탕하게 웃으면 그만이다.

이젠 웃음꽃이 피는 농담도 받아줄 친구가 없어 참으로 허전하다. 그리고 부산의 서성호 대원은 2009년과 2011년, 안나푸르나 내원과 가셔브롬Ⅰ,Ⅱ 원정대에 동참해 두터운 정을 나눈 후배로 트래킹 과정에서 허드렛일이나 어떤 일이라도 척척 해결하는 청소부 성자를 닮은 수행자였다. 힘겨운 유년기의 경험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품위를 지킨 산사람이었다. 14좌 등정에 의미를 느낄 필요가 없다며 “이젠 쉬어야겠어요”

언젠가 산행 중 저는 “산에서 죽고 싶지 않다”며 고백한 것이 귀에 쟁쟁하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며 늘 겸손해 하던 표정이 애틋한 기억으로 남는다. “잘 다녀와서 연락 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가 더욱 허허롭다.

‘박남수 대장’
하늘로 가버린 두 산악인의 영혼에 평안을 빌면서 먼지 묻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다시 한 번 펼쳐 보며 생각해본다.

히말라야의 여신과 히말라야 별빛은 산사람들의 자유의지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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