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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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힐링명소] 천년고찰에서 누리는 한여름의 여유
광주매일신문·광주평화방송·사랑방신문 공동기획
남도 힐링 명소를 찾아서(21) 순천 선암사 산사

  • 입력날짜 : 2014. 07.08. 19:55
선암사 가는 길
선암사를 향해 가는 길은 녹음이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그윽하다. 울창한 나무들이 햇볕을 감춰 여행자들은 한여름에도 덥지 않다.
풍경이 아름다운 절집이다. 천 년이 넘는 역사마저도 고요히 품어 안고 있다. 불자가 아니라도 좋다. 몸과 마음의 ‘쉼’이 필요한 이라면 누구든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산사의 깊은 정취는 지친 영혼을 달래고, 가는 길마다 유유하게 흐르는 풍경 소리는 마음속 여유를 갖게 한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가야 할 때다. 물론 사람들 북적대는 유명 관광지도 좋겠지만, 사람들 대신 자연의 섭리로 북적대는 천년고찰 ‘순천 선암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무채색 도심 빌딩숲을 벗어나 달린 지 1시간여. 꾸미지 않은 천연색들이 뒤엉킨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신선이 내린 바위라 하여 이름 붙여진 ‘순천 선암사’가 그곳이다.

선암사로 가는 길은 그윽하다. 널따란 산길을 향해 드리운 나무들이 녹음이 짙은 그늘을 만들어낸다. 쨍한 햇볕은 나무 뒤로 감춰 한여름에도 무덥지 않다. 덕분에 여행자들은 지치지 않고 쉬엄쉬엄 걸어갈 수 있다. 둔탁한 차 바퀴소리 대신 경쾌한 발소리가 마음까지 청량하게 씻어준다.

이곳에선 서두를 것 하나 없다. 챙겨야 할 것이라고 한다면, 느긋한 마음가짐 하나면 된다. 그렇기에 여럿이 같이 도란도란 수다 떨며 걷는 것도 좋지만 혼자 오면 더 운치 있다. 복잡한 생각이거들랑 모두 훌훌 털어내고 두 발 아래 차곡차곡 묻는다. 바람이 면면히 흐른다. 다행이 후덥지근한 바람이 아닌 시원 포근한 바람결이다.

가는 길 따라 선암사까지 쭉 이어진 계곡 물소리가 세차다. 물줄기가 굵어지나 싶더니, 이윽고 경내에 진입하기 전, 무지개 돌다리가 나타난다. 선암사의 보물 ‘승선교’이다. 아치형으로 이루어진 승선교는 양쪽 냇가를 연결하고 있다. 자연석들이 규칙적으로 엇갈려 시멘트 없이도 단단하게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이다. 모두 주변의 냇돌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돌 모양이 네모 반듯 고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다리의 천장 중앙에는 용머리 형상의 돌조각상이 붙어 있는데, 예부터 이를 뽑아내면 다리가 무너진다는 속설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와송

선암사는 기와지붕을 얹은 전각들과 온갖 꽃과 나무들이 가득해 시골 마을처럼 정겹다. 절집 마당 한편에는 650년가량 된 와송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드러누워 있다.
승선교 밑으로 보이는 누각의 모습은 선암사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풍경 중 하나다. 한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황홀경에 빠진다.

선암사는 유독 볼거리가 많은 산사다. 그럼에도 요란하지 않다. 단아하면서도 오히려 정겨운 시골 마을 풍경을 닮았다. 흡사 한옥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기와지붕을 얹은 전각들과 투박하게 쌓아올린 돌담길이 어쩐지 친근하다.

선암사는 542년 아도(阿道)가 창건했다는 설과 875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설 등이 내려오고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맞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1000년 이상 된 사찰임은 분명하다. 선암사는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 여러 차례 화마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실과 중건의 역사를 되풀이했다. 오죽했으면 선암사 곳곳에 水(물 수)자와 海(바다 해)자를 새겨 놓았을까.

선암사 골목마다 자리 잡은 꽃과 나무들이 소담하게 자라나고 있어 수수한 화려함을 더한다. 매실나무, 동백나무 등 온갖 수종들이 잘 가꾸어져 있다. 그중 600년 전에 심어졌다고 알려진 선암매는 천연기념물로서 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웅전은 색바랜 단청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단청이 아니지만 더욱 웅장해 보인다. 대웅전 앞에는 두 개의 삼층석탑이 양옆에 나란히 서서 수호신을 자처하고 있다.

650년가량 된 와송은 절집 마당 한편에 드러누웠다.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기고 나무 위로 고스란히 짊어졌다. 애처롭게도 지금은 여러 개의 받침대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살아온 소나무치고는 솔잎이 푸릇푸릇하기만 하다. 어린 소나무 못지않다.

승선교

선암사의 보물 중 하나인 ‘승선교’는 주변의 냇돌을 이용하여 만든 아치형 다리이다. 승선교 아래로 보이는 누각의 모습은 가히 황홀하다. 선암사 가는 길
선암사의 뒷간인 해우소는 조금 특별하다. 정확히 언제 지어졌는지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1920년 이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우소는 배설의 욕구는 물론 농사에 대한 근심까지도 덜어준다. 볼일을 보고 모아진 인분은 거름으로 내기 때문. 비탈 위에 놓여 있어 통풍과 채광이 잘 돼 냄새가 덜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남자와 여자가 사용하는 칸이 양옆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나라 재래식 화장실에선 보기 드문 구성이다.

정호승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란 시집에서 선암사 해우소를 아름답게 노래하기도 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선암사’



진정으로 해우소에서 쭈그려 앉아 우는 이가 있었을까. 의구심이 생기려던 찰나, 선암사를 둘러싼 온갖 자연물들이 이내 세상 시름을 달랜다.



■ 茶香 가득한 ‘순천전통야생차체험전시관’

“작설차는 순천 산(産)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이다.”
순천 야생차는 허균이 지은 ‘도문대작편’이란 시문집에 내용이 실릴 정도로 그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순천 조계산 일대는 야생차 성장에 알맞은 천혜의 기후와 풍토를 갖추고 있어 수백 년 전부터 야생차밭이 조성돼 왔다. 이 지역 차나무는 다른 지역보다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거름을 주지 않는 순수한 야생차로 성장속도가 더디어 수확을 할 수 있는 양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암사 가는 길목에 위치한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에 가면 싱그러운 야생차를 만날 수 있다.
4995㎡ 규모에 한옥 구조 8동으로 이루어진 이 체험관은 다례·다식 체험, 차 만들기, 차 음식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도록 전시관과 체험실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산속에서 즐기는 한옥체험은 싱그러운 차향과 함께 고즈넉한 한옥의 멋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입장은 오후 5시까지)
▶휴관일: 매주 월요일
▶전화예약: 061-749-4202/4203


/글·사진=사랑방신문 김지연 기자 sunny-jy35@sarang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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