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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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 ‘옛 충남도청사’ 도심재생의 보물창고
도심속 숨겨진 역사유산 활용 문화로 도시를 재생하다
1. 대전의 근현대문화유산 활용

영화 ‘변호인’으로 인기 여행 코스 부각…예스러움 가득
일제잔재·한국전쟁 등 80여년 역사 흔적 고스란히 품어
건축 당시 사용된 스크래치 타일·창문 고리 등이 그대로
근현대전시관·시민대학·도시재생지원단 등 들어서 활기
지역 곳곳에 보전된 20여개 문화유산은 자산이자 브랜드

  • 입력날짜 : 2015. 08.04. 19:02
충남도청 구청사 1층에는 ‘대전 근현대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작은 사진은 충남도청 구청사 입구 안쪽. 80여년 건축양식과 오래된 흔적들을 오롯이 품고 있다.
‘도시재생’은 이제 시대의 화두다. 옛 도심 속 역사·유산의 숨겨져 있는 잠재력을 문화·예술로 재생시켜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일념은 오늘날 전세계 곳곳에 만연해있는 상황이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 골목골목마다 오래된 역사와 낡은 흔적을 새롭게 다듬어 조명해내자는 운동이 마치 경쟁처럼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오래된 것의 낡음을 제대로 보존하고 활용하고 있는가, 우리는 자문해봐야 한다. 그럴싸한 문화·예술적 붓질로 낡은 것의 본질을 지워내고 있진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세월이 축적해준 역사·유산의 활용을 통해 도시재생을 꿈꾸는 국내외 사례들을 집중 취재했다. 들여다보며 광주라는 문화도시 재생을 위한 역사·유산 보존과 활용법에 대해 혜안을 도출해보자. /편집자 주

이 연재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개봉돼 1천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변호인’의 역사적 공간은 부산이다. 영화 속의 송우석(송강호 분) 변호사가 부산에서 활동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니, 영화도 부산에서 촬영했겠다 싶을 터.

그런데 사실 영화를 찍은 실제 공간은 대전에 있는 충남도청 구청사 본관(등록문화재 18호)이다. 송 변호사가 군사정권의 부당한 공권력과 용공조작을 온몸으로 저항하며 진우(임시완 분)의 무죄를 주장했던 법정이 바로 옛 충남도청 건물이다. 건물 2층의 대회의실을 세트장으로 꾸며 법정 신을 촬영했다. 또 송 변호사가 선배 변호사로부터 형량 협상제안을 받거나 부산신보에 다니는 친구의 위안을 받던 곳도 모두 충남도청 구청사 안이다.

이 충남도청 구청사는 ‘변호인’ 상영 이후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어느덧 전국 팬들의 재방문지로, 여행객들의 답사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촬영지라는 점을 떠나서도, 이 건물은 역사적인 이야기를 가득 안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 매력을 더한다.

충남도청 구청사는 일제강점기인 1932년에 지어져 2012년까지 80년 동안 충남 행정의 중심 역할을 했다. 이후 2013년 충남도청이 홍성 내포신도시로 옮겨간 뒤 대전시가 관리하고 있다.

충남도 옛 도지사실.
일제의 잔재라는 이름으로 민족의 많은 아픔을 담고 있으며, 한국전쟁 중에는 임시 정부청사로 사용됐던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18호)이다.

건물은 원도심으로 예스러움을 가득 품고 있다. 건축 당시 유행한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벽 장식과 긴 창문을 거느린 복도는 여행객들에게 보물 그 자체의 미감을 준다. ‘ㄷ’자로 이어진 건물 뒤편까지 천천히 돌아보면 역사의 뒤안길로 안내받은 착가마저 들게 한다. 특히 건축 당시 사용된 스크래치 타일과 창문 고리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건물은 대전의 역사를 정리해놓은 1층의 대전 근현대사전시관, 충남도청사의 설계와 건축과정을 담은 기획 전시실, 2층 도지사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충남도와 대전시가 업무협약을 맺어 만든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은 이 건물의 최고 자랑거리다.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이 잘 구비·정돈돼 대전의 어제와 오늘을 한자리에서 가늠할 수 있는 구조와 볼거리를 갖췄다.

사실 전국에서 지역의 근현대사를 콘텐츠로 만들어내 독립된 전시관까지 낸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체계적인 전시관 구축이 가능한 것은 다양한 역사 유산들이 고스란히 보전돼 있어 이를 활용한 콘텐츠 작업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04년 대전역이 생기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대전에는 등록문화재를 비롯한 20여개의 근현대문화유산이 잘 보전돼있다. 이는 향후 대전이란 도시의 문화·예술·재생적 자산이자 브랜드로 끝없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해서 최근에는 대전의 도시재생지원단이 옮겨와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재생업무에 돌입했다.

이희준 대전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고민과 논의를 거듭한 끝에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이 만들어졌다”며 “대전시는 앞으로도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충남도청 구청사의 옛 도지사 집무실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한쪽에는 전시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이와 함께 충남도청 구청사는 현재 대전시민들의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대전시민대학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모두 97개의 강좌가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대전발전연구원, 청년일자리센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다보니 충남도청 구청사 인근의 활기도 조금씩 일고 있다. 충남도청사가 홍성으로 이전할 당시만 해도 구청사 인근 지역의 건물 공실률이 20%까지 떨어지는 등 심각한 침체상황을 거듭했지만, 최근들어 점차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 충남도청 구청사의 전경.
대전시 관계자는 “충남도청 구청사와 인근 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2013년부터 지금까지 시비가 280억원 가량 투입됐다”며 “재생사업이 주요골자이긴 하지만, 막무가내식의 발전이나 개발이 아닌 근대문화유산을 잘 보전해 그를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의 주요 축”이라고 설명했다.



“지친 이들 쉬어가는 예술쉼터로…명소 각광”

버려진 여관 주차장이 문화공간으로…
대전 중구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문화공간 ‘파킹(Parking)

문화공간 ‘파킹(Parking)’ 박석신 대표

“최근 2-3년 사이 예술가들이 많이 몰려들면서 쇠락했던 대흥동이 북적거리고 있죠. 문화예술의 거리라지만, 지나가던 사람도 찾기 힘들었던 구도심이었는데, 이젠 명소가 됐습니다.”

대전의 옛 도심을 상징하는 중구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에는 이색적인 문화공간이 하나 있다. 옛 여관의 폐쇄된 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 ‘파킹(Parking)’이 바로 그 공간. 이 곳의 주인장인 한국화가 박석신씨는 2년 전 문닫은 여관의 지하주차장을 보고 바로 문화창작소로 만들었다.

지난 2013년 4월 문을 연 ‘파킹’은 어른 키만 한 낮은 천장에 6평 남짓한 미술작품 전시장과 3평짜리 사무실로 꾸며졌다. 그림 매달기에도 빠듯한 작은 공간에 무대·조명·음향시설도 없지만 미술전시·미술체험·공연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실현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도 아무나 들어와 보고 들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문 닫은 주차장을 보면서 이젠 자동차 대신 사람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여전히 지금도 삶의 무게에 지쳐가는 이들을 위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러다보니 유명해졌고 대전의 명물이 됐네요.”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현재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에는 미술·음악·연극·마임 등을 하는 80여 곳의 창작공간이 생겨났다. 예술가들이 구도심을 활성화시키며 문화창작의 산실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흥동은 실험적인 예술가들과 소통을 원하는 관객들, 그리고 도심재생을 꿈꾸는 전문가와 여행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북적대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산한 곳이었는데 말입니다. 재생이나 활성화를 목적으로 둔 행정이 우선되지 않고, 지역민과 예술가라는 사람이 먼저 움직여 변화를 낳는 것이 효과라고 생각해요.”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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