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8일(목요일)
홈 >> 기획 >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神앞에선 나약한 人間들…어쩌면 찰나의 삶조차 고행의 연속인 것을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57> ‘무굴 제국의 영화 ’ 파키스탄‘라호르’에서 만난 ‘적벽부’

  • 입력날짜 : 2015. 08.19. 18:50
박종석 作 ‘고행상’
무슬림 사원 바르사히 모스크와 올드 바자르의 골목을 해찰하면서 진지한 삶의 표정을 읽는다.

다음날 샤리마 가든 그리고 그 유명한 라호르 박물관은 입장료가 저렴하지 않지만 꼭 가봐야 할 곳이라 카메라 촬영비도 내야 한다.

많은 유물과 작품 그리고 복식, 투구 및 전쟁 부장품, 우표 및 파키스탄 정부 건국의 인물 소개관 등 엄청난 양의 유물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또한 섬세하고 스케일도 커서 예술의 감각이 풍부한 파키스탄에 최고의 유물 전시관을 주마간산으로 2시간 30분을 관람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깊은 명상 수행으로 뼈만 앙상한 고행상은 지금도 인상 깊게 남는다.

그래서 나는 2년 후 그곳에 다시 가서 오랜 시간 차분히 고행상 앞에서 서성인다.

라호르박물관 내 ‘고행상’ 앞에서.
그런가하면 한 코너에서 소동파의 전 적벽부가 일부 쓰여진 중국 서예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명필은 아니지만 나에게 삶의 활기를 넣어준 글귀 중 하나인 ‘창해일속(滄海一粟)’을 이런 곳에서 만난다는 것이 너무 기분 좋은 일이었다.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볼 때 인간은 넓은 세상 속 한 알의 좁쌀보다 못한 부질없는 존재에 불과한데 부귀공명, 허욕을 쫓아 무엇하리요? 시나 지으며 낭자하니 대취해보세! 라는 울림을 준다. 그래서 소동파는 정치인이자 시·서·화에 이름을 남긴 위인이 아닌가 싶다.

‘라호르’
라호르 박물관을 다녀 온 후 호텔에서 쉬는 시간, 호텔 오너와 함께 짜파게티와 과일을 먹는데 침대 위에 묵직한 권총 한 자루 무섭게 있지 않는가!

순간 마음이 얼음처럼 움츠려 든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이곳에서는 권총 소지가 가능하며, 12살 먹은 아들이 상대 조직에 의해 살해당해 호신용으로 오전 오후 사원에 예배할 때 항상 휴대하고 다닌단다.

그는 라호르에서 유명한 조직의 보스였다. 그러면서 아들 장례식 때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며 안심하라는 당부까지 한다.

나를 한 형제로 여기며 라호르에서 만큼은 철저히 책임지고 보호하겠단다. 차분한 마음으로 저녁엔 팔씨름까지 하고 웃음을 나눈 일을 상기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 다음 여행지인 이슬라마바드로 떠날 시간이다.

기차역 매표원과 1시간 이상 이야기한 후 친해져 포옹한 후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고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우리나라의 1960년대 3등 열차와 똑같은 풍경이다.

뜬눈으로 가다보니 새벽 5시30분에 목적지인 라울핀디 역에 도착한다.

칠흑같은 어둠사이로 아련한 새벽빛이 동 틀려면 아직도 이른 시간이다.

‘대통령궁’
낯설은 장소에서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파가 떠난 텅 빈 거리에 홀로 있는 고독감은 우수의 단독자가 된 느낌을 준다. 어떻게 판단할 수 없는 외로운 순간이다. 어두운 새벽, 무계획적으로 앞에 보이는 버스를 타고 1시간 만에 종점에 내리니 날이 서서히 밝아진다.

우뚝 보이는 것이 회슬 모스크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거대한 모스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압도돼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오르는데 그들만의 알라신에 대한 신앙심을 대변하듯 충만하고 아름다운 균형을 갖춘 건축미와 거룩함이 차분하게 실려 있다.

신앙의 힘을 육중하게 느끼게 한다. 새벽 산책을 나온 젊은 친구들과 1시간 이상 이야기 도중 이 곳은 5만명이 넘는 사람이 한꺼번에 모여 예배드린단다.

상단의 건물은 삼각형 돔 형식에 4개의 기둥이 알라신을 떠받히듯 매일 경배하는 사람의 이마에게 딱딱한 붉은 점을 선사하게 한다.

새벽에 만나는 이들마다 친절하고 순박한 표정이다. 고요한 성전을 1시간 이상 앉아서 스케치한 뒤 마리 행 버스를 타고 다시 이슬라마드 시내로 들어가니 큰 도로에 나무숲이 많으나 고층 건물은 별로 없고 거리도 한산하다.

특히 외국 관광객은 거의 없다. 도시 계획이 잘 된 시가지를 보고 대통령궁 앞까지 걸어가는데 단조롭고 화려하지 않은 거리가 단정하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