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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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대자연…무심한 듯 고요한 사유의 공간, 마음에 평화가 깃들다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60> ‘무굴 제국의 영화 ’ 파키스탄
평화와 고요 속의 장수마을 훈자

  • 입력날짜 : 2015. 09.09. 18:42
박종석 作 ‘훈자마을 울타르피크와 발티트 성’
이슬라마바드에서 23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길기트를 거쳐 거친 암갈색 대지의 북쪽 땅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훈자에 도착한다. 2011년 3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한참 개발 중이어서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그래도 훈자는 훈족들의 왕국 역사가 서린 매력 있는 곳이다.

세계 3대 장수촌으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전설에 의하면 기원전 알렉산더 대왕이 동서 문화의 융합 정책과 세계 정벌 당시 아프가니스탄을 지나 펀잡 지방을 휩쓸 때 이곳 훈자의 경관에 매료돼 잠시 머무르며 제 민족 간의 결혼을 장려했다 한다.

훈자 울타르피크와 발티트성이 보이는 풍경.
그래서 지금도 훈자 사람들의 얼굴은 그리스인 혈통계로 헬레니즘 문화가 간다라 및 당(唐)을 거쳐 극동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나 학술적으로 확실히 규명됐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부처의 고행상으로 유명한 라호르 박물관 및 탁실라 박물관 등 많은 조각상들에서 그 영향에 대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훈자의 거리를 산책하며 휴식을 갖는데 직사광선의 땡볕이 너무 뜨겁고 황야와 산들은 풀 한 포기 없이 거친 위용을 드러낸다. 깎아지른 단애사이로 황토 빛 강물이 흐르고 녹색공간의 키 큰 버드나무와 오렌지색의 밀밭이 아름답게 수놓아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 덕택에 이곳 사람들은 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세계 3대 장수촌으로 알려진 훈자 사람들의 얼굴 형상에서 그리스인 혈통을 읽을 수 있고, 헬레니즘 문화가 간다라와 당나라를 거쳐 극동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부처의 고행상으로 유명한 라호르 박물관과 탁실라 박물관, 델리의 국립박물관 등에 있는 많은 조각상에 반영돼 있다.

다음날 길기트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갖는데 땡볕 아래 풀 한 포기 없는 황야와 산들이 거친 위용을 드러낸다.
‘파키스탄 훈자마을’

깎아지른 단애 사이로 잿빛 강물이 흐르고 녹색의 키 큰 버드나무와 오렌지색 밀밭이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다. 끝없는 물줄기가 절벽을 타고 흐르는 평화로운 도원경에 피로도 느낄 틈 없이 훈자에 도착했다.

미지의 땅이 주는 매력은 마음의 평화와 함께 무심하면서도 넉넉하게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힘이 들어도 언제나 만족스럽다. 김치찌개와 묵은 깻잎 반찬이 여독을 해소시켜준다. 넉넉한 오후, 시공간을 뛰어넘어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올드훈자 거리에 오른다. 바로 앞에 거대한 녹황색의 산과 설산, 폭포가 길게 드리워져 있고 울타르 피크와 그 옛날 왕궁 터인 발티트 성이 우뚝 서 있다. 그 위에는 기다란 폭포가 흐르고 장엄하게 버티고 있고 설산이 신비스럽다.



이곳은 고구려 유민 출신인 고선지 장군이 1차 서역정벌에 성공하고 실크로드의 실질적 지배자로 떠오른 후 747년 서역 2차 정벌 때 1만여명의 군사를 이끌고 파미르 고원을 넘어 길기트를 정벌한 그의 발길이 머물렀던 곳이 소발률국이다. 당시 인근 수십 개 왕국이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라카포시 설산과 디란 설산 사이의 작은 시가지에는 살구나무와 뽕나무 열매 오디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빙천수(氷川水)가 좁은 수로를 타고 내리는데 이곳 사람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마시고 있다. 물에 인체에 유익한 광물질이 많아 장수하는 게 아닐까.

‘훈자의 보름달’
한가로운 거리에는 상점들이 몇 개 있는데 관광객들은 미소 띤 얼굴과 조용한 말씨의 유순한 사람들과 모두 친구가 된다. 이곳은 매년 4월5일을 전후에서 온천지에 살구꽃이 만발한 산야는 너무 아름답다 한다. 아직 문명의 때가 물들이지 않은 사람들도 살구꽃처럼 곱다. 다만 어느 가게 앞에 일본 관광객이 써 놓은 파키스탄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불만의 글귀가 눈에 띄었는데 여성의 사회 진출 및 대우가 거의 없는 분위기다.

늦은 밤, 달이 뜰 때의 분위기는 만년설의 웅장한 산이 바로 머리 위에서 무너질 듯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때마침 결혼식을 앞둔 신랑이 꽃목걸이를 걸고 친구들과 함께 신부 집으로 함을 지고 가고 있었다.

‘샤리마 가든’
함박웃음을 머금고 생애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는 그들의 쾌활한 발걸음에 덩달아 흥이 돋았다. 별천지가 그려진 그림 같은 훈자의 대자연에 모습은 이번 여행 중 최고 백미(白眉)로 설산 위의 포근한 달빛이 오래도록 붙잡아 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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