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본격적인 새 시대를 맞았다. 이에 따라 ‘문화산업 발전소’라는 문패를 내건 문화전당이 과연 ‘문화로 밥을 먹고 사는 시대’의 실현을 이끌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과 영향에 대해 문화계는 물론 지역사회 안팎의 기대도 크다.
◇ ‘문화융성의 숲’ 기대감에 환호성

25일 개관식을 관통한 주제는 ‘문화융성의 새 터전’이었다. 해서 개관식이 열린 문화전당 내 예술극장은 미디어아트로 형상화된 문화예술의 숲으로 둘러싸였다. 또 빛을 소재로 한 각종 쇼와 퍼포먼스는 광주가 문화의 빛을 널리 퍼트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듯 화려하게 펼쳐졌다.

특히 연단에 오르기 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전자서명 기기에 ‘문화융성’이라는 글을 적어나가자 무대 위에는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만들어진 나무가 자라 올랐다.

이어 문화융성의 나무가 예술의 숲으로 우거져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로서 문화의 씨앗을 곳곳에 뿌리겠다는 내용의 주제공연이 펼쳐졌다. 뮤지컬 배우들이 문화와 예술의 만남을 노래로 축하하고, 무용단과 플라잉 퍼포먼스 배우가 무대 위와 공중에서 우아한 몸짓으로 환희를 표현했다. 공연 내내 무대 뒤 스크린에서는 문화의 씨앗이 나비의 날갯짓과 함께 널리 퍼지는 영상이 전개돼 개관식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에 문화전당의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참석한 관중들은 축하와 감탄을 쏟아내며 이제 문화의 씨앗을 곳곳에 뿌릴 일만 남았다고 환호하기도 했다.

대학생 최기영(29)씨는 “옛 전남도청 자리에 문화전당이 지어지는 지난 10년을 계속 지켜봐온 것 같다”며 “문을 여는 순간을 보게 돼 기쁘고 앞으로 이 공간이 지역을 이끄는 원동력이자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매개체가 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문화산업 허브·경제성 창출 전망

최씨의 기대대로 문화전당은 국내외 문화예술인들의 교류·협력과 콘텐츠 생산·유통을 이끄는 ‘문화산업의 허브’ 역할을 맡는다.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화들을 결합시켜 새로운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생산·유통까지 시키는 발신기지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적 가치는 물론 경제적 효과까지 모두 창출해내겠다는 포부가 스며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4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해 내놓은 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문화전당의 기대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연간 방문객 수가 정식 개관 이후인 내년에는 16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2004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연간 예상 방문객 수가 139만명이었지만 대폭 늘어났다.

사회적으로는 ▲사회통합과 다문화 이해 ▲문화매력 도시와 국가 이미지 강화 ▲균형발전·문화경제도시 모델 창출 ▲아시아 국가간 협력관계 증진 등의 다양한 효과를 낳을 것이란 기대가 도출됐다.

문화적으로는 ▲창작·교류 활성화 ▲국가 도시 문화경쟁력 강화 등 문화전당이 지닌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관련 분야의 대표 아이콘으로서 역할이 전망됐다.

특히 수치로 보이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생생하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투자 사업비 지출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2조936억원, 소득유발효과는 4천738억원이다. 취업유발효과는 2만4천명,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8천860억원, 수입유발효과 1천721억원, 세수유발효과 1천63억원이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문화전당 방문 관람객 소비지출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6천666억원으로 추정됐다. 소득유발효과는 1천346억원이다. 취업유발효과는 1만2천명,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3천176억원이다.

◇콘텐츠 확충·운영 안정화 성공 관건

문제는 ‘이 같은 예상수치들과 전망이 과연 제대로 실현될 것인가’이다. 해서 문화전당의 콘텐츠 확충과 조직 운영 안정화, 지역과의 소통 등이 성공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전당을 채울 차별화된 콘텐츠 기획과 확충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해 정식 개관이 미뤄졌던 만큼, 내세울 수 있는 자체 콘텐츠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불어 콘텐츠 간 정체성과 색채 찾기에도 골몰해야 한다. 그래야 문화전당 전체의 청사진이 확연해질 텐데, 사실상 현재의 모습으론 내걸만한 문패는 부재 상태다. 현 수준에선 ‘동시대(contemporary) 예술’ 정도가 수면 위에 드러나 있지만 이 역시 문화전당 전체를 관통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 예술품을 기획·생산해내는 ‘문화 공장’ 개념을 지향하나 아직 이렇다할 가시적 대표사례는 없다.

이와 함께 문화전당 운영조직의 안정화는 시급한 숙제다. 운영 인력이 애초 계획보다 크게 축소됐고, 문화전당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하는 아시아문화원의 출범도 예상보다 늦어져 추진동력은 이제야 빛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문화원의 경우 올해 말께 추가직원 채용도 예정돼 있어 조직체계의 변화바람도 예상돼 조속한 안정화가 요구된다.

또 정부에서 운영 중인 문화전당은 5년 뒤 법인에 위탁되도록 규정돼 있어 향후 큰 논란도 예상된다. 게다가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 문제, 광주정신 연계 등 지역 사회와의 소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도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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