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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박사의 뮤지엄 읽기] (11) 개인 소장품을 대하는 자세와 조건

[윤태석 박사의 뮤지엄 읽기] (11) 개인 소장품을 대하는 자세와 조건
“개인 박물관 소장품 ‘공공의 영역·공공재’ 인식 가져야”
  • 2018. 06.27(수) 18:48
치악산명주사고판화박물관 수장고.
지난달 31일 경기도 여주의 한 대형 사립 박물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시실 한 동(棟)과 50여점의 전시품이 전소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다음날 화재경위 확인차 그곳을 찾은 필자는 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이번 화재가 70대 관람객의 방화로 발생했고 그 제반 과정이 참으로 어처구니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70대 남성은 보름 전에도 박물관에 찾아와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고 말꼬리를 잡고 긴 시비를 걸면서 근거를 알 수 없는 불만도 표출했다고 한다.

‘사후약방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화재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화재 당일 다시 와 그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인화성 물질을 유유히 들고 들어와 불을 지른 것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박물관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관리인원과 인화성물질의 휴대여부를 거를 수 없는 허술한 환경은 불가항력이었다. 그나마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 3점이 소실되지 않음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연구실장·문화학 박사
이러한 현실은 비단 이 박물관과 미술관(이하 박물관)만의 사정은 아닌 우리 전체 박물관이 처한 현상이다. 그리고 형편이 더욱 취약한 사립 박물관은 보다 우려가 큰 실정이다. 위험에 노출된 건물과 시설, 사람도 문제겠으나 사립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비롯한 500만점이 넘는 소장 자료의 안전은 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우리나라 법제에서는 박물관을 국립·공립·사립·대학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중 개인이나 ‘민법’ 또는 ‘상법’ 그리고 그 밖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나 단체가 설립해 운영하는 박물관을 사립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학 박물관의 경우는 ‘고등교육법’에 의해 설립한 대학의 부속시설인데다 관할을 문체부가 아닌 교육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대학 박물관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학이 사립이라면 그것 역시 사립 박물관으로 분류함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사립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영역이 아닌 사적(私的) 영역임에 따라 개인의 의지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만큼 설립과 운영이 한결 자유스럽다. 따라서 증가추이 역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립은 그동안 법제나 정부의 간섭보다는 진흥(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라고 하는 정책적 보호 속에서 최소한의 기준만을 충족하면 됐었다. 박물관 등록 승인조건인 60-100점 이상의 자료 수도 그렇고, 82-100㎡이상의 전시실 면적이나 하루 4시간 기준 연간 90일 이상의 개방일 수도 그렇다. 또한 운영이 어렵거나 여타의 이유로 사정이 생기게 되면, 역시 사립은 자유의 의지로 폐관할 수 있는 데, 이 역시 간단한 신고서 한 장이면 문을 닫을 수 있었다. 또 등록한 자료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임의로 처분해도 무방했었다.

그랬던 것이 ‘박물관은 박물관 자료의 목록 및 자료의 취득·변경·활용 등에 관한 사항을 성실히 기록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소장품의 보존 및 관리를 위해 적정한 전문인력, 수장(收藏)및 전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난해 11월28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개정(제9조의2 ‘박물관 자료수집 등의 원칙’)되면서 개인 박물관에도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관리부분에 부담을 주게 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료의 목록과 기록방법, 소장품의 보존 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자료의 취득에 관한 사항은 자료의 사진을 부착하고 자료의 명칭, 수량, 국적·시대, 재질, 취득 일자, 취득 경위, 취득 처, 취득 가격, 출토(소)지, 출처, 크기, 특징을 관리대장에 기록(취득관리 대장)해 비치하게 했다.

자료의 목록 및 자료의 변경·활용에 관해서는 명칭, 수량, 관내 소장·전시 위치(일시·위치), 활용 내용, 참고사항 등을 명시(자료의 목록 및 변경·활용 관리대장)해 관리하게 했으며, 소장품의 보존 및 관리를 위해서는 수장(收藏) 및 전시 환경을 마련하게 했는데 첫째, 도난방지를 위하여 2개 이상의 잠금장치를 설치한 수장고(收藏庫)와 둘째, 온도·습도 조절장치, 셋째, 소화설비 및 안전장치 마련을 의무화 했다.

화재로 불에 탄 전시작품(목아박물관).
또한 ‘등록한 박물관을 운영하는 자가 박물관을 폐관하려면 박물관의 시설 및 자료의 처리계획을 첨부해 국립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공립과 사립, 대학은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한다.’(제22조, 폐관 신고)고도 명시했다.

폐관신고서와 함께 제출하게 되는 박물관 시설 및 자료의 처리계획에는 먼저 총 자료수를 밝히고 이중 지속적으로 보유할 것과 기증할 것, 매도할 것, 위탁해 관리할 것, 폐기할 것 등으로 구분해 그 계획은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머물지 않고 박물관 소장 자료 중 지정문화재에 대해서는 지정문화재의 명칭, 처리방법(보유, 기증, 판매, 위탁 관리, 폐기 등)를 명시해야한다. 보유 시에는 보유자 또는 보유기관을 기증 시에는 수증자 또는 수증기관, 매도 시에는 매입자 또는 매입기관을 분명히 밝혀야 하며 또한 위탁 관리 시에는 수탁자(기관)을 폐기 시에는 그 사유와 방법을 제시하게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법을 통해 소장품 관리와 폐관 시 처분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겠다는 정책적인 조치는 고무적이다. 이는 개인의 것이라도 소장 자료에 대해서만은 공공적 가치로 인식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폐관 시 계획에 대해서는 이를 점검하고 제어할 그 이하의 실행방안은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그저 선언적인 조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크다. 물론 개인이 수집한 자료는 ‘헌법’상에도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간섭이나 규제할 법적근거는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은 박물관 운영자들에게 공공의 인식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정부의 의지가 실린 법제적 조치와 더불어 박물관 내부에서도 인식의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편, 이번 법제적 조치와 불이 난 박물관을 연동해 볼 때, 생각해볼 지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화재가 난 박물관은 국가 보물을 3점이나 소장하고 있어 사립이라고 하더라도 대단히 중요한 지점에 있는 박물관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의 사전 예방은 물론 화마가 휩쓴 상처를 치유하고 재건할 동력이 되는 보험마저 들어있지 않아 모든 책임을 박물관이 져야하는 열악한 형편에 있다. 소장품의 보험가액 산출도 어려운데다 자료의 주류가 화재에 취약한 목재이고 또 이를 전시하고 있는 건물마저 기와지붕의 목조 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가입을 회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또한 보험가입의 길이 열려있다고 하더라도 위험성이 커 그 가액이 개인이 담당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큰 액수가 될 것이다. 국립박물관도 소장 유물의 가액을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가액을 산출한다고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보험료로 인해 가입은 엄두도 못내는 게 현실이다. 소멸성 경비에 속하는 보험료의 특수성도 가입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국립은 사전 예방에 보다 치중하는 양상이다. 화재방지 체계를 구축하고 충분한 인원을 통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며,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곳에서는 청원경찰도 배치했고 공항과 같은 엑스레이 검색대도 설치해 예방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번 화재에서 본 바와 같이 정부는 개인 박물관에 더 적극적인 보호 방안을 모색해 줘야 한다. 위험과 도난방지에 대해서는 지역 경찰관서와 연계망을 갖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게입을 해줘야한다. 또한 감시카메라와 화재방지시설 설치 및 이에 필요한 경비도 지원이 필요하다. 보험 역시 정부차원에서 박물관에 최적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료에 대해서도 지원을 해줘야한다. 부담을 느끼는 보험사에게는 지불을 정부가 보증해주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했으면 한다.

누차 언급한바와 같이 개인이 소장하는 자료는 종국에는 우리 국가의 자산이며, 인류의 존재를 증거하는 공공재임을 인식하고 이 분야에 정책적인 관심이 우선됐으면 한다.

소장 자료와 폐관 시 관리방안을 명시한 법제개선의 이면에는 현장에서 지금 바로 시급한 현안에 대한 실행이 전제돼야 함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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