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7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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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성가족재단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展
가부장제 속 ‘디아스포라’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
허스토리(Herstory) 기획전시 공모 선정
여성의 ‘몸’부터 성소수자까지 소재 다양
관객 작품 체험·아카이빙 형태로 전달도

  • 입력날짜 : 2020. 06.14. 17:26
주인 作 ‘악당들’
김도아 作 ‘Blind’ <광주여성가족재단 제공>

군인이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강제 전역한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엔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란 단어가 화두가 됐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성별 불쾌감’을 뜻한다. 출생 시 인간에게 지정된 신체적 성별이나 성 역할에 대한 불쾌함을 의미한다. 가부장제 사회 속 여성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성 역할을 다 하기 위한 역경의 시간을 겪어 왔다. ‘디스포리아’를 겪고 ‘디아스포라’(Diaspora·본래의 땅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미술로 풀어낸 전시를 만나보자.

광주여성가족재단(대표 김미경)은 다음달 10일까지 재단 8층 여성전시관 허스토리(Herstory)에서 기획전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전을 연다. 이 전시는 재단의 허스토리 기획전시 공모전에 선정돼 이뤄진다.

전시에는 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혜라, 김도아, 김현진, 민경, 주인, 칸 류 등이다. 이들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이분법에 따라 여성으로 규정된 ‘몸’과 디스포리아를 겪고 디아스포라(Diaspora)가 되기에 이른 현상에 주목한다. 작품은 단순한 관람의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관객이 직접 작품에 개입하고, 이를 아카이빙해 새로운 작품의 생성을 이끌어낸다.

혜라의 ‘엄마, 나는’은 스탠 프레임에 천으로 벽을 둘러 고립된 좁은 공간 안에 헤드폰을 설치하고 관객은 이를 통해 내레이션을 듣게 된다. 내레이션이 끝난 뒤 관객은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의 작은 불빛에 의지해서, 사전 비치된 노트에 ‘딸에게 남기는 이야기’를 적거나, 녹음기에 이야기를 남기게 된다.

김도아의 ‘블라인드’(Blind)는 여성의 ‘가슴’과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늘 가슴 무게에 어깨 신경이 눌려 두통약을 챙겨먹었고 가슴은 불필요한 육체이자 고통의 근원이라고 여긴다. 둘로만 나뉜 성별의 세상 속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에 고착된 수많은 질문들을 헤쳐 나온 뒤 실제로 가슴절제술을 감행했고, 그에 따른 기억과 흔적을 작품으로 나타내고 있다.

김현진의 ‘얼룩-진 이야기’(Stain-ed story)는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지에 가려 가시화되지 못한 것들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기호를 모호하게 해 남성 혹은 여성으로 나뉘는 이미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분산돼 있는 절단된 신체와 이야기에 더욱 집중해 들여다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낸다.

민경의 ‘몰래 수행하기; 여성애적 정체성’는 성소수자들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스로를 감추고 몰래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그들의 존재와 욕망을 발현하기 위한 외침이 계속돼야 함을 말하고 있으며, 이는 손톱을 깎는 행위를 통해 대변되고 있다.

주인의 ‘악당들’은 게임 안, 여성 캐릭터의 외모와 이에 따른 남성의 평가에 관한 사회적 현상을 비판하고 있다. 현 사회의 많은 게임 속의 여성의 성 상품화, 성적 비하, 고정된 성 역할 등의 요소는 의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연화’돼 있다.

칸 류의 ‘달려있는 존재’(2019)는 트랜스젠더 인구에 가해지는 조롱과 혐오의 표현과 트랜스젠더 섹슈얼리티 성애의 정치학에서 통제 불가능성이 낳는 불안과 공포의 요소를 날카롭게 포착해내고 있다.

전시연계 교육 프로그램인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오는 17일 오후 4-5시 재단 8층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시민 10명을 대상으로 한다. 자세한 내용은 광주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http://www.gjwf.or.kr)에서 확인 가능.

/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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