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명한 고사는 중국의 역사책 전국책(戰國策)에 초나라 선왕(宣王)과 위나라 출신의 지모가 뛰어난 강을(江乙)이란 대신과의 대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선왕은 “우리 초나라의 대장인 소해율을 주변국들이 몹시 두려워한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하니 강을은 “어느 날 여우 한 마리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됐습니다. 여우는 호랑이에게 “나는 천제로부터 백수의 왕으로 임명됐어. 만약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천제의 명을 어긴 것이기 때문에 천벌을 받게 될 거야. 내 말이 의심된다면 나를 한번 따라와 봐. 모든 짐승이 나를 보고 도망가지 않는 놈이 있는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호랑이는 호기심에 여우를 따라 나섰습니다. 과연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습니다. 사실 짐승들은 여우를 따라오는 호랑이를 보고 달아난 것이지만 정작 호랑이는 이를 몰랐습니다. 지금 왕의 땅은 사방 5천리에 100만 군대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북방 제후들이 해율을 두려워하는 것은 실은 왕의 군대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백수를 겁줬다는 고사를 ‘호가호위’라는 성어로 표현했다. ‘가(假)’자는 빌린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권세를 빌려 남을 억누르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보통 호가호위 하는 사람들은 ‘곡의봉영(曲意逢迎)’하고 ‘투기소호(投技所好)’의 모략을 쓰는 달인들이다.

‘곡의봉영’이란 자기의 뜻을 굽혀 영합한다는 뜻이고 ‘투기소호’란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해 그것을 적절하게 맞춰줘서 환심을 사는 것이다.

한 마디로 두 모략은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아부 따위와 같은 거짓 수단이며 다른 사람의 호감과 신임을 얻는 ‘간사(奸邪) 모략(謀略)’이다.

곡의봉영과 투기소호의 모략으로 호가호위한 사람들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초나라 시대는 기원전 약 369년이다. 그 옛날부터 인간사(人間事)세상에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렸나 보다. 간사한 모략이 먹히는 것은 호가호위한 사람들을 또 다시 이용해서 권력과 재력을 갖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하고 넓디넓은 이 세상에는 아름다움과 추함, 간사와 충성, 정(正)과 사(邪)가 항시 같은 시·공간에 존재해왔다. 이것이 음양의 법칙이다. 앞으로도 간사한 사람들은 계속 출현할 것이다. 간사한 모략을 쓰는 자들을 경계하려면 군주가 선량하고 충직하며 정직한 사람을 고를 수 있는 지혜 있는 안목과 상황을 지배하는 임기응변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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