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통일신라, 2.5m, 국보 제103호(1962년 지정)

쌍사자 캐릭터

▶석등의 의미
석등은 등불을 켜는 석조물로 주로 부처를 모신 전각 앞에 세워진다. 건물 앞에 불을 밝히는 것은 밤에도 사람들에게 안전한 길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먼저일 것이다. 하지만 종교 건축에서는 구도자가 선각자의 밝은 지혜를 이어가길 바라는 염원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퍼지게 하는 상징적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또한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수도자의 끊임없는 수행의 태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석등의 기원과 초기 형태
중국에서는 556년에 창건한 산서성 동자사(童子寺)에 석등이 남아 있어 6세기 경에는 석등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익산 미륵사지에 백제 석등이 남아 있어 7세기 중반에 석등이 출현한 것으로 추정한다. 인도나 중국에서는 석등이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280여 기의 석등이 남아 있어 석등의 선호 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예술의 재질적 면을 고려할 때, 벽돌과 흙의 나라 중국, 나무의 나라 일본 등과 비교되는 우리의 돌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현상이다.

석등이 유행한 것은 통일신라시대로 처음 만들어진 석등의 형태는 팔각기둥 모양 석등(八角柱形石燈)이다. 지면에 네모나게 깎은 밑 받침돌을 놓아 터를 잡고, 중심을 이룬 팔각기둥의 위와 아래에는 연꽃모양의 장식을 놓는다. 기둥 위의 연꽃받침대에 불을 밝히는 불집인 사각이나 팔각의 불집인 화사석(火舍石)과 8각의 지붕돌을 배치한다.

사각 받침대와 팔각의 기둥은 아래에 듬직한 중심을 두고 중앙에 옆면을 반으로 줄인 8각 기둥을 둬 늘씬하면서 길어 보이는 조형성을 강조한 것이다.

익산 미륵사지 석등, 삼국시대(백제) 7세기 전반 ※현재 국립익산박물관에 전시돼 있으며 석등의 팔각 화사석과 지붕돌만 진품이며 팔각기둥을 포함한 나머지 부분은 고증을 통해 복원했음.

이러한 조형은 궁극적으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동양의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면을 깎아 원을 만드는 원만구족(圓滿具足)의 불교 사상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팔각의 불집과 지붕돌을 높은 기둥 위에 놓은 것은 마치 불을 밝히는 집이 구름 위에 떠서 하늘을 맞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시각적 착시 현상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원래 이집트에서는 생명의 탄생을 의미했다. 황량한 사막 천지에서 물은 생명의 젖줄이며, 물에서 피어나는 연꽃은 새로움의 시작이었다. 연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아마도 이른 새벽안개가 사라지고 아침 이슬을 머금은 꽃이 해를 맞이하며 새롭게 하루를 시작할 무렵이다. 연꽃 받침 위의 불집에서 나온 빛은 태양으로, 연기는 안개로 생각하고 싶은 구도자의 생각을 담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도 해 본다.

이러한 석등은 전성기에 불집의 여유 면에 사천왕 등의 조각상을 배치하고, 지붕돌과 하대석에 귀꽂이를 화려하게 표현했다.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상은 어두운 생각을 부처의 불빛으로 사라지게 하고, 삿된 생각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본원적 기능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북 모양 석등 (鼓腹形石燈)

남원 실상사 석등, 9세기, 높이 약 5m, 보물 제35호

석등은 9세기 중엽에 이르면, 석등의 규모가 커지고, 기둥 모양을 마치 북 모양으로 만들어 안정감을 주게 된다. 이런 석등은 북 모양의 기둥 때문에 북 모양 석등(鼓腹形石燈)이라고 부른다.

북 모양 석등은 먼저 높이 3m 이상으로 커지며, 화사석의 불창(火窓)이 4개에서 8개로 늘어난다. 불교의 발전에 따라 등불공양의 상징적 의미가 확대돼 나타난 현상으로 추정된다. 또한 북소리의 울림처럼 부처의 진리가 사방과 팔방으로 널리 퍼져나가길 바라는 종교적 염원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화려함의 정수, 쌍사자 석등(雙獅子石燈)
9세기에 이르러서는 석등을 받치는 8각의 기둥(竿柱)을 대신해 두 마리의 사자가 불집을 바치는 독특한 구조의 석등이 등장한다. 이러한 석등은 두 마리의 사자가 가슴을 맞댄 힘찬 모습으로 기둥의 역할을 하고 있어 쌍사자석등이라 부른다. 기둥에 사자를 배치한 이유는 사자의 용맹성과 위용으로 불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의도로 여겨진다.


▶국립광주박물관 자존심, 중흥산성 석등
중흥산성 석등의 제일 아래는 8각의 받침돌(下臺石) 위에, 위와 아래를 보고 있는 8개의 연꽃잎으로 된 밑받침이 있다. 특히 위의 연꽃은 아래에 비해 작고 꽃잎이 마치 돌아가는 것처럼 조각돼 있다. 꽃이 막 피어나는 율동감과 함께 이미 진 꽃과 새로 핀 연꽃의 연속을 느끼게 한다.

그 다음에 두 마리 사자로 이뤄진 기둥(竿柱石)이 있다. 사자는 모두 갈기가 있는 수컷 사자로 입과 꼬리 그리고 다리 부분이 다르게 표현돼 있다. 마치 동양의 음양사상을 기반으로 서로 대칭과 균제를 이루며 불교의 융합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자상은 부처처럼 연꽃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연화화생을 상징하듯 연꽃받침을 딛고 있다. 우람찬 다리로 굳건하게 서서, 힘 쎈 팔로 불집을 들고 있다. 이런 모습에서 불법 수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불을 켜놓은 팔각의 불집(火舍石) 위에는 지붕돌(屋蓋石), 그 위에 연꽃 봉우리 모양의 보주(寶珠)가 있다. 불집의 사각 테두리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고정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불집과 지붕돌 그리고 보주를 조합식으로 만들어 틈 사이로 등의 연기를 배출시키는 기능적 역할도 고려했다.

윤종균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관>

이 석등은 원래 전남 광양군 옥룡면 중흥산성 안의 옛 절터에 중흥산성 삼층석탑과 함께 있었다. 1930년 8월 옥룡보통학교 후원회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석탑과 석등을 매각하려고 일본인 이찌다(市田次郞)와 합작해 군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군청에서는 고적법에 저촉된다고 해 매각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토지 소유자는 700원이라는 거액으로 구입한다는 것에 동요돼, 일본인 오쿠라에게 매각했다.

이에 광양군에서 압수해 광양군 읍내로 임시 보관한 후 1932년에 조선총독부가 구입해 경복궁 자경전 앞으로 옮겨졌다.

1959년에는 경무대 정원, 1960년에는 덕수궁 국립박물관 전시실, 1972년에는 경복궁 국립박물관 전시실, 1986년 국립중앙박물관(경복궁)으로 옮겨졌다. 이후 원 고장인 국립광주박물관으로 옮겨져 현재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한편, 쌍사자 석등과 함께 있었던 석탑도 일제강점기에 무너져 광복 이후에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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