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년 전 지인과 광주 우치동물원을 찾은 적이 있다. 코끼리 우리 앞이었는데, 갑자기 관람객 중 한 아이가 한마디 내뱉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라는 말이었다. 그날 그 아이는 무엇을 보았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아마도 아이는 쇠창살 안에서 관람객들을 내다보는 사막여우, 사람이 던지는 먹이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어슬렁거리는 코끼리 등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을 터였다. 며칠 간 동물원에 가고 싶다고 부모를 졸랐을 아이의 얼굴은 마치 ‘슬픈 동물원’의 단면과 같았다.

필자도 동물원에서 책에서 보던 동물을 실물로,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어떤 새로운 것도 보고 느낄 수 없었다. 사육장이 서식지와 좀 더 가깝게 리모델링되는 등 개선이 됐지만 전체적인 변화는 찾기 어려웠다.

사실 열악한 동물원 시설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우치공원관리사무소가 내놓은 ‘동물 폐사 현황’(2016년 1월1일-지난해 12월31일)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투쟁사·사고사로 죽은 동물 수는 52마리다.

비좁은 공간에 갇혀 싸우거나 사고로 죽음을 맞은 동물들이 10마리 이상 되는 셈이다. 시설과 환경만 개선됐어도 최소한 이중 몇은 구조할 수도 있었다. 시는 2019년까지 예산 150억원을 투입, 5개년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했지만 효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우치동물원은 시간이 멈춘 곳이다. 동물원은 병렬식으로 이어붙인 철장에 행동 범위가 넓은 표범을 가둬 놓는 식으로 운영된다. 과거에 고여 있는 열악한 시설은 동물 삶의 질과 직결된다.

이들의 죽음은 우리가 내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주동물원은 지난 2014년 ‘전주숲생태 동물원’으로 탈바꿈한 뒤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는데, 광주시도 민·관·시민단체·전문가들이 하나 돼 생태동물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기다.

그물무늬기린 ‘아린’의 비극을 이제라도 끝내야 한다. 우치동물원 변화의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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