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학교에 다녀온 나는 들녘으로 모심기 구경을 나간 적이 있었다. 형님들과 동네 어르신들께서 모를 심고 계시는 것이 재미있어 보여 나도 끼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모심는 것은 고사하고, 못줄 잡기도 허락되지 않을 만큼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마침 못단을 던지고 계시는 윗집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때다 싶어 재빨리 그쪽으로 달려가 나도 있는 힘을 다해 몇 단을 던져 보았다. 여기저기서“야, 너 참 잘하는구나!”하고 어른들의 칭찬 세례가 쏟아졌다. 한참을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지만“어, 참 잘한다”는 칭찬에 홀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던지고 또 던졌다. 그 일로 인해 나는 심한 몸살을 앓아 며칠 동안이나 자리에 눕기까지 했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에서야 그때의 칭찬이 소쿠리 비행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칭찬에 대한 거부반응 역시 어릴 적 그 일에서 비롯된 듯도 하다. 앞으로는 소쿠리 비행기 같은 건 절대 타지 않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했었다.

그런 일이 있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어머니를 따라서 친척 집에 다니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분이“너 참 잘 생겼구나! 이마가 넓고 코가 좀 더 컸더라면 더욱 좋았겠다!”라고 하시면서 코를 자주 쓰다듬고 잡아당기면 더 커질 것이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그 후부터는 틈만 나면 코를 만지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로 인해 선생님께 꾸중을 들은 적도 많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잘 생겼다는 말씀에다 더 큰 코를 주문하면서 코를 자주 만지라는 아저씨의 말이 소쿠리 비행기인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코를 만지는 습관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덕인지 코는 생각처럼 커진 것 같은데, 어느 역술인이 관상과 사주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의아한 반응을 보인 적도 있다.

어린 시절 솔선하여 심부름을 독차지한 것 또한 소쿠리 비행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나는 한동안 남을 칭찬하는 일에 지나치게 신중하다 보니 차갑고 인색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있다.

누구나 소쿠리 비행기에 약한 어린 시절은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우리는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게 타곤 했던 소쿠리 비행기가 마녀의 요술 지팡이처럼‘꿈꾸는 왕자’나‘잠자는 공주’로 만들어버리는 마력에 거부할 수 없이 빠져들었고, 또 그런 상황을 늘 고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칭찬을 받고 싫어할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소쿠리 비행기의 일종이 아닐까 싶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상승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순수함이 가득한 어린 시절부터 육순을 넘긴 어른에 이르기까지 “너, 정말 똑똑하게 생겼다.”, “어르신은 건강하시고 정열이 넘치게 보이시네요.” 등등의 칭찬을 전하면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고 그 칭찬에 보답이라도 하듯 최선을 다하면서 더욱 열심을 보이려고 노력하게 된다. 칭찬이나 격려는 그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진 것이기에 칭찬을 받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힘이 솟고 기쁨이 넘친다. 하지만 자칫 자만이나 안일함에 도취 되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칭찬이 얼마나 크나큰 마력을 지닌 것인지를 실감할 때가 많다. 선생님이 던진 칭찬 한마디로 학생들의 일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싫어하는 과목에서도 칭찬을 보태면 자신감을 갖고 흥미 있게 헤쳐나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칭찬은 때로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적절한 칭찬은 상대의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꿔 줄 수 있는 대단한 무기가 된다. 거듭되는 말이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던가. 비록 소쿠리 비행기일지라도….

<백정환 약력>
▲‘문학秀’ 수필 등단, ‘문학藝術’ 시 등단
▲광주문인협회 회원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정년퇴임(공학박사)
▲현) 세종발전연구원 이사
▲전)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 환경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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