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4(화)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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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등에관한법률(약칭 ‘5·18 보상법’)은 1990년 8월6일 제정돼 동월 17일 시행됐다.
그러나 당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진상규명 등이 이뤄지지 않은 채 법률이 제정되면서 보상법은 5·18의 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또 명백한 국가폭력사태임에도 불구, ‘배상법’이 아닌 ‘보상법’으로 시행되면서 국가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빌미가 됐다.
배상과 달리 보상은 불법이나 위법과 상관없는 피해에 대한 손해를 갚을 때 쓰이며 행위 자체는 정당하고 문제가 없지만 손해를 본 경우 이를 회복해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탓에 5·18 ‘보상법’이란 이름은 행위 자체가 위법 또는 불법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국가가 ‘손해를 물어준다’는 한계를 갖게 됐다.
이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보상법은 12차례의 타법·일부 개정을 거치며 보상금 지급신청기간을 연장하고 유족의 범위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5·18 보상법에 따라 관련자와 그 유족에 대한 사실 심사와 보상 등을 결정·지급하는 ‘보상심의위원회’가 당초 ‘정신적 손해’를 고려하지 않아 피해자들은 의료·생활지원금 등만 지급받았다.
민법 750·751조에 따르면 통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시 적극적·소극적·정신적 손해를 따진다.
그러나 5·18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에는 의료(적극적 손해)·생활(소극적 손해)지원금과 사망이나 행방불명 시점을 기준으로 당시의 월급이나 평균임금 등을 따져 장래 취업 가능 기간 등을 고려해 산정된 보상금(소극적 손해)만 지급되면서 정신적 손해배상에 대한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다.
실제 지난 2005년 실시된 5·18민주화 운동 관련자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55.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고 피해자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40명에 달했다.
이렇듯 지난 조사만으로도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상당함은 분명하지만, 정작 손해배상에는 이러한 실상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또 민법 제752조에는 ‘타인의 생명을 침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 존속·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해 재산상의 손해가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유가족들도 정신적 손해배상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공자와 그 유족을 비롯한 신청인들이 보상금 지급 결정을 동의한 경우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5·18 보상법 제16조 2항)돼 피해자들은 ‘정신적 피해’에 따른 배상을 별도로 청구할 수 없게 됐다.
이 탓에 지난 2018년 12월 보상금 및 지원금을 지급받은 피해자들은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따른 배상’을 국가에 청구하고, 광주지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후 2021년 5월27일 헌법재판소는 ‘국가배상청구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특별한 권리임에 입각하며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따른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처럼 보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신적 손해에 따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5·18 민주유공자와 단체들은 지난해 11월27일 광주지방법원과 전국법원에 이를 청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국가기관이 형식적·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유공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김현섭 복지국장은 “당초 법 시행 때 정신적 피해에 관한 배상이 포함됐으면 피해자들이 별도로 이를 청구할 일이 없었다”며 “행정의 잘못이 명백한 만큼, 소송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해야 하며 당시 배상금 기준에 이자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배상이 ‘졸속’으로 이뤄져 고령의 민주유공자들과 그 가족들은 하루하루 빈곤한 불행의 삶을 살고 있다”며 “법에 명시되지 않은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정부와 사법부는 피해자들에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며 관련 법에 따라 유공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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