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웅 作 ‘구름천사’

내가 처음 그린 그림은 파란 하늘에다 그린 거였다. 도화지도 없고 크레용도 없었으며 연필도 필요없는 그림이었다. 송이송이 구름이 작은 동물과 같고 구름천사와 고운 꽃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형상이었다. 살아가면서 오래도록 마음 깊이 담아두었던 귀한 것들을 나는 하늘에서 배웠다. 하늘은 내게 그림학교였다. 풀밭에 누워 구름을 보고 만물의 형상을 그렸다. 그 학교엔 오직 사랑만이 있었다.

밭두렁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면 두둥실 구름이 흘러가곤 했다. 그 구름에다 약간의 상상력이 보태지면 안 되는 형상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구름을 가지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리고 하늘을 도화지 삼아 별의별 것을 다 그렸다. 언제 생각해도 가슴 찡한 울림으로 다가드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 때 나는 하늘에다 그림을 무척 많이 그렸다. 그 그림엔 으레 사람 몇 명이 천사 모습을 하고 떠 있었다. 어느 구름은 선명하게 어느 구름은 가물가물하게 표현함으로써 내가 원근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자랑했다.

그렇게 깨끗한 구름은 언제까지나 바래지 않았다. 날마다 산뜻한 하얀색을 유지하고 하늘의 푸르름과 어울려서 그지없이 밝고 화려한 화폭으로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 하늘 한쪽에는 작은 구름 하나 둘 셋 겹치듯 포개져 곡선을 그리며 저 멀리 미끄러진다. 그중에서 제일 이쁜 구름은 친한 여자 친구 같다. 해는 막 중천에 뜨고 흰 구름 천사구름 얼굴에는 눈, 코, 입 그리고 연지를 그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도 연필도 크래용도 필요 없었다. 계속 나만의 그림을 그렸다. 하늘은 아름다운 천사들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늘은 변치않는 나의 그림학교다.

<양과동에서 그림쟁이 노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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