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민쥔 : 한 시대를 웃다! in 광주’ 전시가 오는 8월28일까지 ACC에서 열린다. 사진은 유에민쥔의 작품 ‘매장’.

“나는 웃음이 억누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웃는 것을 그린다. 그것이 큰 웃음이든 절제된 웃음이든 미친 웃음이든 죽을 듯한 웃음이든 혹은 단순히 사회에 대한 비웃음이든. 어떤 것에 대해서도 웃을 수 있다.”

거대한 웃음 속 숨겨진 의미를 탐색하고 현대사회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유에민쥔 : 한 시대를 웃다!’ 전시다.

중국 현대미술의 사대천왕으로 꼽히는 세계적 거장 유에민쥔은 과장된 표정과 유머러스한 포즈 속 고독과 좌절감을 드러내는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근작을 비롯해 회화부터 설치, 조각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하는 자리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웅크려 앉아있는 한 조각상을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유에민쥔 작품의 시그니처인 과장된 웃음이 돋보인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애달프다.

이같은 모습은 그의 회화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본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입구 벽면에는 1995년 제작된 작가의 대표작 ‘처형’이 걸려있다. 그가 패러디한 스페인 화가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이 바로 옆에 배치돼 대비를 이룬다.

원작에선 총살 당하는 장면이 잔인하게 묘사돼 있는 반면 유에민쥔의 그림에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작가는 그들의 웃음 속에는 강요된 부자유와 허무가 숨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력한 상태로 허무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 이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듯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대형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크게 웃고 있는 입과는 달리 눈에는 해골이 담겨있는 작품부터 멀리서 봐야 형태를 인식할 수 있는 초현실적인 작품들까지 그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는 초대형 청동작품이 설치돼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동상 뒤로 펼쳐지는 미디어 영상과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몰입감을 준다.

8살 소년 최현석 군의 유에민쥔 오마주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서울 전시에서 유에민쥔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최 군은 작가의 작품 ‘기억2’를 오마주한 그림을 선보인다.

이밖에도 3D 영상아트팀 Yd200이 담은 작가의 작품 세계, 최지만 화공의 손길 속 재탄생한 도자기 작품, P.K Studio가 실크 스크린 방식으로 만들어낸 유에민쥔의 판화 에디션 등을 소개하는 스페셜 존도 마련됐다.

유에민쥔 작가는 전시 개막일 축하 영상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인류 문명이 큰 시련을 겪고 있는 엄중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광주 관객 분들과 마음의 교류를 할 수 있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회가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즐거움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28일까지.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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