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 새벽 징소리’

380여 년간 치열하게 이어졌던 하의삼도 민중들의 항쟁사를 기록한 판화 연작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은암미술관은 오는 20일까지 전정호 초대전 ‘바다를 건넌 사람들’을 개최한다.

전정호 작가는 1980년대 중반 이후 30년이 넘는 화업을 통해 평화·인권·상생을 주제로 지속적인 판화 작업을 해온 민중미술가다. 작가는 스스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남도의 풍광보다는 끊임없이 요구되는 사회 변혁을 주제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하의삼도 민중항쟁은 자신들의 농지를 다시 탈환하고자 하는 염원과 울분을 담고 있는 농민운동이었다. 세도가와 정부의 불의에 맞선 항거이자 치열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역사 속에는 모질게도 혹독하고 처참한 상황에서 흘렸던 민중들의 눈물이 있었고, 이에 굴하지 않는 그들의 의지가 있었다. 그들은 그 땅이 자신들의 것이었기에 쓰러질 수 없었다.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민중들은 투쟁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험난한 과정을 선택했다.

‘갯벌을 바라보다’

이번 전시는 하의삼도 7.7민중항쟁을 주제로 한 전정호 작가의 판화전으로 전시작들은 주제에 따라 5개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제1섹션은 봉건세력과의 투쟁을 주제로 한다. 항쟁의 시작점을 형상화함으로써 조선시대 기득권 세력을 상대로 하는 투쟁의 전개 과정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와의 투쟁을 주제로 한 제2섹션은 하의삼도의 농토가 여러 소유주를 거쳐 일본인 지주 소유가 되면서 항쟁이 더욱 가속화되는 부분을 판화연작으로 형상화했다.

해방 이후 미군정청 신한공사와의 투쟁을 다룬 제3섹션은 계속되는 가혹한 소작료에 격분한 하의삼도민의 항쟁과 이를 진압하기 위해 등장한 미군정청을 주제로 한다.

제4섹션은 하의삼도를 간척하는 장면과 이후 간척지에서 경작을 하며 느꼈던 농민들의 기쁨, 이후 다시 가해진 기득권 세력의 수탈로 농토를 빼앗긴 농민들의 서러움을 주제로 한다.

생명과 평화를 주제로 하는 마지막 섹션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탈핵화 운동, 연안환경운동, 여순항쟁과 제주4·3항쟁 및 광주항쟁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구성됐다.

은암미술관 관계자는 “작가는 한국 농민운동사에 있어 가장 치열했던 하의삼도 농민항쟁을 주제로 하의삼도민들의 380여 년간의 항쟁을 판화로 새겨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불굴의 의지를 역사에 기록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 길었던 투쟁의 역사 속 겪었을 민중들의 처절함과 숭고함을 되새겨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림리 학살’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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