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일’

‘길몽(복숭아)’

‘바램’

일상 속 모든 순간들이 작품이 된다. 슬프고 기쁜 순간, 그리운 순간, 애절하고 한탄스러운 모든 순간들이 고스란히 작품에 배어 있다.

오혜경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오작가 마음’이 오는 20일까지 예술공간집에서 열린다.

흙으로 조형하고 구워내는 테라코타 작품, 알루미늄 판을 직접 부식하고 요철을 만들어 드로잉하듯 만들어 낸 부조 등 작가의 손길과 시간의 공력이 담긴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차들이 꽉 막힌 길은 ‘밥데렐라의 퇴근길’로, 시험 전날의 말도 안 되는 상상은 ‘시험 전날 아들의 기도’가 됐다. 코로나 시대 뱃살 타파를 위해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확찐자’, 일상의 버거움을 내뱉으며 쇼파에 몸을 뉘인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일요일 가족 모두 한자리에 모여 티비를 보는 ‘개나리아파트 105동 1003호’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모습인 ‘흑,,,’, 하늘로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든 ‘바램’, 정신없이 사는 일상 속 잊어버린 기념일을 생각하며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 ‘기념일’에서는 아련하면서도 위트와 정감이 넘치는 작가의 해석이 담겼다.

작가는 “항상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일상에 일어난 소소한 일들을 메모하고 스케치하며, 혼자 상상하고 흙을 주물거렸다”며 “전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다 나와 닮아있고 또 우리 모두를 대변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위로와 즐거움, 행복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장 한 쪽을 가득 메운 ‘길몽(복숭아)’에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있다. 길몽을 상징하는 과일처럼 복숭아와 함께 담긴 이야기들은 현실의 복된 날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소원이기도 하다.

전시작들은 거대한 시대의 가치관이나 묵직한 주제를 담아내기보다는 작가이자 엄마, 아내로 살아가며 느껴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있다.

문희영 예술공간집 관장은 “미디어와 매체가 다변화되는 현대미술 속 조각을 전공한 작가의 손맛 나는 작품들 덕분에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다양한 매체로 대변하듯 만들기보다 손으로 빚은 작품들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마음일기처럼 일상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번 전시에서 일상 속 위로와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혜경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전국조각가협회, 남도조각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광주예술고등학교에 출강 중이다. 한국 국제아트페어, 서울 오픈아트페어, 부산 국제화랑미술제, 아트부산, 부산 바다미술제, 조형아트서울 등 다수의 전시에도 참여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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