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각산 국사봉 자락 섬진 발원 옹달샘
흑룡이 용트림하나 아무스름 짙은 는개
동족상잔 파르티잔 피 내음 활거지

구곡양장 물 골짝 세류가 모여 모여
3개도 10개 군 굽이굽이 흘러 흘러
경천동지 창해상전(滄海桑田) 광양만에 닿는구나
섬진댐 옥정호 우가피 붕어섬으로
태평성대 맞으며 관광 낙원 되었네

기아선상 60년대 면탈(面脫) 몸부림으로
피땀 흘린 원시인력 퍼즐 시멘 벽
다람쥐도 넘보지 못할 거대 수직 벽인데
오로지 융화된 물만이 넘나드네

둔탁한 마찰음 겨울 붕어 횐 배 누이듯
탁진 세상 아등바등 피떡되어 눕지 말고
허허로이 청류되어 오순도순 살아보세

* 데미샘 : 섬진강 발원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국사봉 계곡에 있는 옹달샘
* 는개 :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조금 가는 비

<김재길 약력>
▲현대문예작가회 회장 역임
▲광주문인협회 부회장
▲(사)한국지역문학인협회 사무처장 역임
▲대한민국 향토문학 공로상 수상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론=박덕은 문학평론가>

김재길 님의 시 ‘데미샘 소회(素懷)’에서의 시적 화자는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고 있다. 데미샘의 물살 속으로 들어가 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어느 해 동족상잔의 아픔이 스며들어 울음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서러움이 있다. 그해 총성이 울리고 물살은 벽에 부딪혀 깨졌고, 아득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철썩철썩 떨어졌을 것이다. 시적 화자는 그 상황을 ‘동족상잔 파르티잔 피 내음 활거지’라고 말하고 있다.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데미샘은 골짜기 세류가 모여 3개도 10개 군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이 된다. 그 섬진강은 옥정호뿐만 아니라 붕어섬까지 관광 낙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때는 아픔이 깊어 퍼렇게 멍든 물살로 흘렀던 데미샘의 물길이 이제는 오고 가는 발길을 환영하고 있다. 수면에 비친 새소리의 후렴구를 흥얼흥얼 따라 하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그 모습을 ‘섬진댐 옥정호 우가피 붕어섬으로/ 태평성대 맞으며 관광 낙원 되었네’라고 말하고 있다. 1연의 ‘동족상잔 파르티잔 피 내음’과 대조를 이루며 평화로운 데미샘의 물길을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마지막 연에서 탁한 세상 아등바등 살지 말고 데미샘의 물살처럼 맑게 오순도순 살아 보자고 권면한다. 작은 물줄기가 개울을 지나 넉넉한 강줄기로 변신하듯 그렇게 살아 보자 한다. 섬진강을 만든 데미샘, 그 물의 고운 심성을 만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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