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2(토)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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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광주는 물과 관련해서는 걱정 없이 살아왔다. 주요 상수원인 화순 동복호와 순천 주암호가 넉넉한 수량을 확보하고 있어 물 부족에 따른 불편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 물 가뭄 슬기롭게 극복해야 -
그런데 올 들어 비와 눈이 오는 날이 많지 않아 강수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유례없는 물 가뭄에 직면하고 있다. 아무런 의식없이 지나쳤던 강과 호수에서 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나부터 솔선해서 물을 절약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다.
이번 가뭄 사태를 계기로 물의 중요성은 물론 물이 흐르는 강과 호수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필자가 거주하는 광산구는 여러 곳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과는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동네에서 도보로 20여 분 걸어가면 풍영정천에 다다른다. 이 하천은 극락강의 지류로 수완지구와 신가지구를 관통한다. 주변이 온통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어 하천 양편으로 산책하거나 자전거 타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천 수로에는 군데군데 모래톱이 작은 섬을 이루며 물새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청둥오리, 원앙, 왜가리, 두루미 등 희귀한 천연기념물 새들이 한가로이 노닐며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이채롭다.
풍영정천이 도심 속 아기자기한 하천이라면 황룡강은 광산구의 허브 강이다. 황룡강은 장성 백암산과 입암산에서 발원해 광산구 임곡을 거쳐 용진산과 어등산 남쪽을 흐르다가 송정동을 지나 극락강과 합류해 영산강이 된다. 총 길이는 61.9km이며 면적은 571.8㎢인데 행정구역 상으로 광산구의 서남부 대부분이 황룡강을 끼고 있는 지역들이다. 임곡, 본량, 삼도, 평동, 송정, 동곡, 하남 일부, 종래 광산구이었다가 남구로 편입된 양과동 지역이 포함된다.
이처럼 황룡강은 길고 넓은 유역을 거느리고 있어 오래전부터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오늘날처럼 육로가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교통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래서 강가에는 나루터가 발달했으며, 장시가 형성돼 물물교환이 이뤄졌다. 선암나루와 선암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 ‘광산 30리 누리길’ 조성 기대 -
특히 1988년부터 광주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한때는 송정 관내 시민들의 상수원으로 이용됐다. 호남대 앞 서봉동 일대 황룡강에 보를 막아 하루 2만 톤씩 공급했으나 1994년부터 덕남펌프장 완공으로 주암호 물로 대체됐다. 상수원보호구역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제됐는데 황룡교 제1취수구는 폐쇄조치하고 하청보 제2취수시설만을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서는 선운지구 등 주택단지가 조성돼 도시화 되면서 수변공원으로서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평림천과 황룡강이 합류하는 지점 부근에 송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뱃놀이를 즐기는 유원지로서 인기가 높았다. 또 인근에는 용봉탕으로 유명한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송산공원은 느티나무와 미루나무 등 이국적인 키다리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캠핑족들이 즐겨찾고 있다.
황룡강에는 장록습지가 형성되어 있다.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뤄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운 습지이다. 식물 271종, 어류 27종, 조류 80종, 포유류 13종 등 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간다.
황룡강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선운지구 친수공원을 꼽을 수 있다. 하천부지에 꽃밭과 산책로, 그리고 파크골프장 등 휴식공간을 마련해 시민들의 힐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로 주변에는 모래언덕과 오랫동안 야생상태로 우거진 숲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특히 석양에 물든 황룡강은 마치 유럽의 어느 강가를 거닐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송산공원에서 시작해 황룡강 친수공원과 장록습지를 지나 동곡 두물머리까지 유장한 물줄기를 따라 구간마다 옛 이야기와 추억, 그리고 수리시설의 흔적들이 오래된 시간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최근 광산구는 이러한 빼어난 황룡강의 풍광과 역사성을 아우르는 ‘광산 30리 누리길’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밀정원처럼 숨겨진 황룡강의 잠재력을 되살려 광산의 빛나는 시간을 펼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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