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2(토)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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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는 부끄럽지만 제국에게 당한 수난의 역사가 상당하다. 이 같은 일은 역사의 징크스가 되어 우리의 민족의식을 짓눌러왔다. 꼽아가기조차 싫지만 우리 역사에는 고구려를 존재한 당당한 역사도 있었지만 대개는 ‘삼전도 굴욕’같은 치욕사로 채워져 있다. 이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설명되기도 하지만 하여간 그랬다는 건 숨길 수 없는 일이다. 내 것을 지킨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 문제는 상대할 힘을 어느 정도 가졌느냐가 관건이다. 정치제국으로의 지향은 당한 자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제국에의 지향은 가열차게 추진해야할 주제이지만 한술 더 떠서 문화제국으로의 좌표설정은 더더욱 목표할만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독재와 군사적 힘이 권력을 지키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부정선거를 용납하지 않은 것부터가 그것을 반증한다. 정치에서 여야가 대치하고 긴장국면을 조성하면서 국민을 향해 호소하는 것도 힘의 총량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여기에서 심지를 박아 꽃피워야할 일이 바로 문화제국으로 가는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문화현실은 어디쯤에 와있는가. 한국의 문화적 잠재력이 오늘처럼 지구촌을 들었다 놨다 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만큼 한국인의 문화예술에의 재능이 타민족과 국가를 멀찍이 넘어선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우리 문화가 지금처럼 지구촌 곳곳에서 박수 받은 적이 있었는가. 드라마 ‘대장금’, 영화 ‘기생충’, ‘BTS’나 ‘강남스타일’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김치, 비빔밥, 믹스커피’ 등등의 푸드산업, 웹툰이나 오락 콘텐츠의 문화컨셉… 손꼽자면 한이 없다. 한류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과도 맞물려 있다. 우리 문화에의 관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구촌 사람들의 박수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가수, 배우, 감독, 기획자 등이 치열한 경쟁을 헤치고 그 같은 수준에 오르게 하였다. 우리 자신도 스스로 감탄한 추억의 ‘달고나’부터 , ‘구슬치기’같은 놀이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먹혀든 것은 또 무슨 조화라 할까.
김구 선생 <나의 소원>에서 언급한 문화강국론은 지금에 와서 보면 백번 타당한 선견지명이다. 선생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강조하셨다. 문화의 힘은 너와 나를 합한 우리 모두의 행복에 관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문화의식이지 한발 앞선 경제력이 아니라고도 하셨다. 이쯤에서 다시금 확인할 것은 우리가 의젓하게 지구촌의 중심에 문화제국으로 등장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문화제국의 중심지는 광주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나라에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도시가 40개쯤 된다는데 그중에서도 광주는 ‘문화중심도시’ 또는 ‘문화수도’라는 사실이다. 광주의 지금까지의 인상은 ‘저항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럴 때 잠재력이 풍부한 문화도시의 면모를 문화제국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광주는 호남의 맹주이지만 문화를 포기할 때 미래가 없어진다. 혹자는 경제 다음에 문화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바른 주장이 아니다. K-컬처가 지구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이 역사적 시점에서 그 중심은 당연히 광주여야 한다는 말이다. 광주는 전국지자체 중 유일하게 문화부시장이 있고 아시아문화전당이 있고 한 시대의 계산풍류가 우뚝하고 비엔날레가 있고 수준 높은 국악에다 성인합창단이 100여개가 넘는 자타가 공인하는 예술의 도시다.
지금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격년으로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의 국제행사가 열리고 있고 내년부터는 ‘세계한글작가대회’가 광주의 문화공간을 가득 채울 것이다. 국제행사를 통한 광주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문학을 중심으로 자신만만한 우리의 문화자존심이 광주를 푸르게 우거지게 할 것이란 말이다. 대한민국의 문화수도 광주가 문화제국의 선두이고 중심이 될 날을 우리 모두가 함께 소망하자는 생각은 그래서 타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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