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목)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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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풍경을 인간에게만 유리한 -기후 위기는 유사자연이 정말로 인간에게 유리한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 했다- 방식의 문명적 왜곡과 재편으로 대하는 것에 대한 반성과 보존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국의 국립공원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들이 그런 노력으로 탄생했지만 그것으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
자연의 일부를 국립공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해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보존하고 있지만 보호 대상이 아닌 대부분의 자연은 여전히 인간의 욕망에 의해 재단되고 재편되는 일을 겪고 있다. ‘유사 자연’, ‘만들어진 자연’이 오히려 더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는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극단적 쟁투를 벌이는 풍경의 공간이다. 도시에도 식물들로 채워진 ‘자연(도시공원)’은 존재한다. 도시인들의 욕구는 그 자연이 확장되기를 갈망하지만, 도시 속의 자연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보다 더 극단적인 재단과 재편에 항상 노출돼 있다. 도시 속 자연이 갖는 미학적 아름다움조차 자연적인 형성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에 의해 탄생한다.
미국 조경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1822-1903)는 미국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인 ‘요세미티’에 관한 보고서에 이렇게 쓴다. “경치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은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문명화 수준과 취향의 문명화 수준에 비례한다. 수천 명의 야만인 중에서 경치에 영향을 받았다는 흔적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야만인의 비율은 문명화된 공동체에 속한 수천 명의 문명인 중에서 똑같이 경치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문명인의 비율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북미 원주민들을 문명화 되지 않은 야만인으로 묘사한 인종차별적 문장이 들어 있어 몹시 불편하지만, 인간이 만드는 풍경이 문명적 수준을 드러낸다는 취지의 문장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고, 미국의 국립공원과 도시의 공원들이 어떤 시각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우리의 국립공원에도 적용되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전주에서는 자연적 풍경의 주인공인 나무들이 전주시에 의해 곳곳에서 숱하게 베어지는 ‘나무 학살’이 벌어졌다. 스테판 말라르메(1842-1898)가 남긴 글에 이런 것이 있다. “존재하는 대상은 무엇이나, 우리의 내면 상태의 하나를 표상한다는 이유가 아니라면… 우리가 그것을 볼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영혼과의 공통적인 특성들 전체가 상징을 확립시키는 것이다.” 말라르메의 생각을 따르자면, 인간이 만들어낸 도시의 풍경은 인간의 내면 상태의 표상이다. 전주에서 수십 년을 자란 나무들이 베어진 일 또한 전주에 사는 사람들의 내면 상태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
인간의 의도에 따른 풍경의 재편은 어떤 형태로든 풍경 속 구성체의 변화를 가져온다.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증식한다. 닭과 오리들은 조류 독감에 걸렸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산 채로 땅 속에 묻힌다. 소와 돼지들도 묻힌다. 많은 이들이 그런 방식에 대해 분노하지만 중단되지 않는다. 나무들도 동물들처럼 필요에 따라 길러지지만 더 가볍게 취급되며 죽임을 당하고 있다. 그들과 비교해 코로나19에 걸린 인간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도시를 구성하는 것이든, 전 지구를 구성하는 것이든, 모든 구성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생명체를 수직적으로 대하는 사고는 파멸을 가져온다. 동물과 식물 다음은 동족인 인간이 대상이 될 테고, 인간에게는 이미 그런 경험이 있다. 풍경 속에는 모든 존재가 함께 들어 있다. 인간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풍경 속의 모든 존재들은 생명을 갖고 있다는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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