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6(목)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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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관심이 대통령선거에 보다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른바 ‘의회독재’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국회의 권한 또한 막강한 상황에서 총선결과가 정치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0석에 가까운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집권초기 윤석열 행정부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4월의 총선결과야말로 현 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도 현재의 집권여당이 안정적 다수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이후 국정의 동력(動力)은 확실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집권층 내부 역시 그 책임 소재를 놓고 심각한 갈등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불문가지이다.
정치학자들은 정치발전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흔히 ‘제도화’(制度化)와 정치과정(政治過程)에의 ‘인재의 충원’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화의 측면에서는 1948년 제1공화국 출범이후 많은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정치개입이후 최소한 군(軍)의 정치개입은 사라졌고, 대통령마저도 ‘탄핵’이라는 헌법규정에 따라 면직되는 정도로 까지 제도화의 수준이 놓아졌기 때문이다. 제도화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권력분립’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점에 있어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권한을 둘러싼 이견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점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어떻든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은 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입법·행정·사법부 간에도 나름대로의 견제와 균형이 도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의 정치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점은 인재의 충원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한 여론조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현역의원들을 다시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높지 않는 지지도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재충원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는 증거인 셈이다.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낮은 기대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낮은 도덕수준 보다 구체적으로는 ‘낮은 청렴도’에서 비롯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던 박영수 특별검사와 정의(正義)의 상징이어야 할 권순일 대법관 등이 비리의혹에 휩싸이고 공명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사자들이 인사비리로 수사와 감사를 받는 상황은 우리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넘어 허탈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야당대표의 분신으로 각종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던 김남국 의원의 일탈행위는 그동안 정치발전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세대교체’의 의미마저 퇴색시키기에 충분했다. ‘늙은X이나 젊은X이나 똑같다’라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거대 양당 외에는 대안을 찾을 수 없는 ‘고착화된 양당제’에 근본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강고한 지역적 지지기반을 가진 보수·진보 성향의 거대 양당의 공천이 곧 본선이 되는 상황에서 두 정당에서는 양질(良質)의 후보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 없게 됐고, 지도부에 충성을 다할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는 관습의 결과가 이러한 현상을 초래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입법·행정·사법부 모두 자정(自淨)의 노력에 소홀했고, 문제가 불거지면, “과거에는 더했다.”, “상대방은 더 심하다”는 등 남 탓으로 돌렸고 지역과 이념으로 양분돼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이를 수용하면서 오늘날 우리사회를 이처럼 어둡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양분된 정치풍토가 우리 정치에서 다원화(多元化)의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쯤 되어서는 대통령중심제의 권력형태를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논의도 본격화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22대 총선을 계기로 정치전반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이를 통해 정치발전이 이룩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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