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시께 화순군 능주면 만세동길 소재 한 복숭아 농가에서 구월우(70)씨가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낙과 등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주성학 기자

“지난해는 가뭄으로, 올해는 폭우로 복숭아 농사가 연이어 망했습니다. 농사는 하늘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억장이 무너집니다.”

20일 오후 1시께 화순군 능주면 만세동길 한 복숭아 농장. 농장주인 구월우(70)씨는 잇단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농장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45년째 6천611㎡(2천평) 규모의 복숭아 농장을 운영해온 구씨도 날씨 앞에서는 손쓸 방도가 없다.

구씨는 “농사는 하느님과 농부의 합작으로 결실을 맺는다는데, 하늘도 무심한 것 같다”고 막막한 심정을 내비쳤다.

수확철을 맞아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야 할 복숭아들이 대부분 땅에 떨어져 흙과 뒤섞여 있었으며, 이미 상해버린 과일들은 썩어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를 집어 든 구씨는 “겨울 폭설도 버텨내고, 여름 수확철만 기다리며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며 “이제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달 말부터 비가 여태껏 계속되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또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올해 생산량은 평소 10%도 안되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복숭아 나무의 경우 1주당 400-500개의 복숭아가 열리고 그 중에서도 약 175개(35%) 정도만 상품성이 있는 제품으로 팔리지만 올해는 이마저 떨어져 출하량이 일주일에 40개도 채 되지 않는다.

구씨는 “평시에는 비가 많이 와도 이틀이면 그치기 때문에 배수시설 등을 항상 잘 관리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긴 장맛비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아내는 농장에 오면 울기만 해 집에 머물게 하고 뒷처리는 나 혼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농장에는 장마기간을 대비해 물이 차지 않게 200㎜ 유공관이 설치돼 있었지만, 길고 거센 장맛비에 농장 전체가 발목까지 물에 잠겼다.

땅에 떨어진 복숭아를 피해 나무를 살펴보던 구씨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남아 있는 복숭아에 문제가 있는지 살폈다.

구씨는 “역대급 집중호우로 인해 인근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현재의 화순군 지원과 재해보험 등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9천917㎡(3천평) 기준으로 일년 농사가 잘될 경우 소득이 9천만원”이라며 “그 중 농약값 약 1천500만원, 퇴비값 900만원, 인건비와 기타 비용까지 합치면 정말 남는 게 없다. 화순군에서는 농약 1회분만 지원했다”고 꼬집었다.

구씨는 또 “농작물 재해보험을 들어놔도 3년 단위로 평균값을 내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올해 피해를 크게 입어도 실질적으로 지원 받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농장의 현실에 맞는 보험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9일까지 화순군에는 최대 872.5㎜의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해 총 20가구 18명이 대피했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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