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은 더 심각하고 고통스런 시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15∼29세 청년 중 최종 학교 졸업자는 52만1000명이고, 이 가운데 126만1000명이 미취업 상태였다. 대졸 이상이 67만8000명으로 전체의 54%에 달했다. 취업을 처음 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0.4개월이었지만, 2년 이상 걸렸다는 청년도 59만1000명(15.3%)이나 됐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미취업 상태인 ‘청년 백수’가 126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는 굳이 캥거루족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60세 이상 노인들을 일터로 내모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 불안정한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 그러다 아예 구직을 단념하고 고립형외톨이를 자처한 청년, 이런 청년이 많은 사회의 미래는 암울하다.

사정이 이러니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 비중이 10년 전보다 20%포인트나 줄었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다는 청년이 과반이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19~34세) 의식변화’를 보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암울하다. 결혼에 긍정적인 청년은 10년 전 56.5%에서 작년 36.4%로 떨어졌다. 결혼을 해도 53.5%는 자녀가 필요 없다고 여긴다. 큰일이다. 취업을 못해 결혼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취업을 했어도 결혼을 꺼리는 풍토까지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악순환이다.

그동안 청년실업대책을 촘촘하게 만들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 크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번듯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 막중하다.

청년이 일자리를 갖지 못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저성장은 고착화될 것이다. 저성장시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MZ세대의 특성에 맞는 정규직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청년들에게 일자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지원책을 획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청년이 쉽게 진입 가능한 노동시장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공정한 임금체계도 구축도 필요하다. 규제 완화 등으로 기업이 신명나게 뛰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사탕발림식 형식적인 재정지원책이 아니라 청년들의 일자리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 등 노동개혁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제조업 세계 5위, GDP 세계 9위 강국이다. 그러나 2022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출액이 유입액의 4배다.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고, 미국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면서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기업의 유출을 막아야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경쟁국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본부 80%를 유치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지만 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청년고용 사정이 나은 다른 나라의 공통점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국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업정신 함양이다. 우리도 20대들의 리스크테이킹 정신의 함양을 위해 대학에서 창업에 대한 기본적 지식 교육, 창업지원의 적극적 홍보 등을 담당하는 창업지원실 등의 설치를 통해 청년창업의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또한 해외기업들에 진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보조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현재의 높은 학력으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지방보다는 서울,그리고 해외보다는 국내,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을 선호하는 구직행태를 만족시켜줄 실업대책은 없다. 청년들이 일에 대한 철학, 구인태도를 바꿔서 창의적인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가도록 지도할 필요도 있다.

누가뭐래도 고용은 국가 경제의 핵심이자 최고의 복지다. 직장이 없으면 소득이 없고 생활이 궁핍해진다. 긴 실업상태는 개인의 삶을 무너뜨린다. 특히 청년 실업은 당사자에게 큰 고통일 뿐 아니라 온 집안의 우환이다.

정부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특단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고금리·고물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의 양과 질은 악화될 게 뻔하다. 정부는 고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청년은 그 사회의 미래다. 이들이 처음 직장에 나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격적으로 존중 받는 것을 느끼면 희망이 있고 비전이 있는 사회가 된다. 한창 일하며 경제활동을 해야할 청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것은 국가적 큰 손실이자 비극이다.

정부나 기업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청년실업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는 어둡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한 신속하고 지속 가능한 방안이 필요하다. 명심할 것은 지금까지 내놓은 적잖은 대책들에서 문제가 드러났듯이 특효의 처방이나 전시성 대책의 양적 효과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

정밀하면서 실질적인 청년일자리 정책이 시급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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