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오는 27일까지 정부 부처 등 791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 회기 국회의원들의 마지막 국정감사라 자못 기대가 컸지만 여러 상임위에서 무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간 네 탓 공방과 고성이 오갔다.

국회 국방위와 행정안전위에 대한 국감은 인사청문회 시간으로 회귀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국방위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신원식 국방장관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 문구를 부착한 노트북을 들고 나왔고, 이에 여당 의원들이 회의 불참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파행을 겪었다. 행안위 국감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상민 장관의 책임론을 제기했고, 여당 의원들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30여 년 만에 벌어진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 국토위의 국토교통부에 대한 감사에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및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등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첫 시작부터 최악의 국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국감은 행정부처의 수장을 불러 놓고 국정 현안 전반을 묻고 점검하는 자리로 국민을 대신해 국가행정을 감시하는 자리다. 그런데 민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안을 놓고 책임 공방만 벌인다면 국민이 실망할 것이다.

국회는 국감 본연의 사명인 정책 국감, 민생 국감에 올인해야 한다. 국정 운영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 근본 취지를 살려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3고(高) 장기화에 더해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위험 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는 서민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경제·안보 쓰나미가 몰려온 지 오래다. 위기상황임을 인식하고 민생안정을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여야는 정쟁 보다 국감을 통해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올해 국감이 6개월 다가온 내년 총선 전초전 성격이 강하지만 당리당략을 위한 정치 싸움터로 삼아서는 안된다. 국정 현안은 뒤로 미룬 채 막말과 고성만 난무하는 내용없는 국감을 펼친다면 국민이 외면할 것이다. 여야 모두 민생회복을 위한 정책 대안 제시 경쟁을 해야 한다.

국감이 본연의 기능을 살려 정쟁보다는 대화와 토론, 대안제시의 장이 되어야 한다. 현실로 닥친 경제와 안보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복합위기 속에 행정부가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지 따져보고 자영업자와 소외계층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곳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함께 논의하는 정책·민생 국감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 국회의 본회의 개최는 37회로 미국 하원 본회의 개최(100회)에 턱없이 못 미친다. 상임위는 우리가 336회, 미 하원이 1873회다. 회의가 능사는 아니지만 회의를 열어도 쌈박질만 일삼는 우리 국회의 모습은 참으로 부끄럽다.

특히 대외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북한 핵개발 강화, 이스라엘 분쟁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어려워졌다. 행정부 국정 집행의 효용성과 잘잘못을 면밀히 따지고 이 어려운 국제환경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물론 15일 동안 수많은 현안을 전부 파악하고 논의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여야가 국정 전반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올바른 개선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 삶이 지금 얼마나 팍팍하고 힘든지는 알아야 한다. 여야가 당리당략보다 국정감사라는 본질에 충실하고, 민생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다.

적어도 국회의원들은 국감을 국민과 함께 검증·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민을 대리해 대안도 제시하고 민생과 직결된 정책을 주문해야 한다. 정쟁이 아닌 정책·민생을 최우선에 두고 내실 있는 국감을 진행해야 한다.

이번 국감은 제발 국감다웠으면 좋겠다. 피감기관이 부족한 점은 명명백백 밝히고, 합리적이고 참신한 대안, 대책이 제시되는 명쾌한 국감이 되길 바란다. 호통, 의혹제기, 막말 보다는 소통과 토론이 이뤄지는 국감다운 국감장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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