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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단 2시간5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대만을 국내에선 흔히 ‘식도락 천국’으로 일컫는다. 비교적 저렴한 물가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우육면, 샤오롱바오, 지파이 등 중국 요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요리를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평균 기온이 20도가 넘는 탓에 밤에 열리는 야시장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었던 대만에는 그만큼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먹거리 중심의 야시장이 형성돼있다. 대만 시민들의 밤은 현지 생활문화가 매력적인 관광상품으로 승화된 야시장에서 시작해 야시장으로 끝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닐 정도다. 덕분에 야시장은 관광객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최대 볼거리이자, 대만 소상공인 경제 활성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기후·문화 맞물려 성장…경제 활성화 마중물

대만 야시장 형성은 기후와 생활 등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대만의 덥고 습한 기후 때문에 한낮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해가 떨어지면 이웃과 만나고 집에서 남는 농수산물을 내다 팔 겸 해서 사원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이에 이들을 대상으로 먹거리를 파는 간이 점포들이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야시장이 형성됐다.

현대에 들어서는 주거 형태와 생활문화와 맞물리면서 야시장 활성화가 박차를 가하게 됐다.

타이베이시의 경우 땅은 좁고 인구는 많은 만큼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주거공간이 극도로 좁아졌다. 때문에 서민 집의 주방은 대부분 간이식으로 설치되거나 아예 주방이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정도다.

이와 함께 기혼여성의 사회활동 참여율도 급증함에 따라 맞벌이 가정이 일반화됐다. 이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발달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야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수 있었다. 식사뿐만 아니라 밤 여흥까지 즐길 수 있는 야시장으로 승화돼 생활 속으로 녹아들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의류, 잡화 등 다양한 상품을 함께 선보이며 소비자의 생활에 다가감으로써,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당당히 한 축을 차지했다.

즉, 관광객에게는 다양한 먹거리·볼거리를 즐김과 동시에 대만의 문화를 가장 밀접하게 엿볼 수 있는 문화집산지의 역할을, 현지인에게는 소자본 창업 등 경제 활성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먹거리·볼거리 한 곳에…관광명소 역할 ‘톡톡’

대만 야시장이 무궁무진한 볼거리·먹거리와 높은 접근성 등 다방면의 강점을 통해 전연령대를 사로잡으며 세계 우수 야시장 모델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로부터 스린 야시장과 라오허제 야시장의 모습.

최근 방문한 대만 최대 규모 야시장인 대만의 스린(士林) 야시장은 그 명성만큼이나 초행길임에도 찾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저 멀리 시장 입구에 걸린 홍등을 따라 홀린 듯 사람들이 몰려가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점포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스린 야시장이었다.

타이베이시 북부 스린구에 있는 스린 야시장은 그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는다. 도교 사원인 스린 자성궁 앞에 노점상이 모여들면서 시장이 형성, 1913년부터 야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기나긴 역사를 가졌으나, 그 내부는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결합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느 한 곳만 인기 끄는 것 아닌 넓게 펼쳐진 시장 자체가 모두 축제의 장인 셈이다.

곱창국수 ‘아쭝멘션’, 굴전 ‘커짜이지엔’, 대만식 닭튀김 ‘지파이’ 등 다채로운 먹거리는 한 끼를 떼우는 데 손색이 없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굴지의 브랜드 매장도 다수 위치해 쇼핑 접근성도 높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즉석사진관, 핀볼·마작·뽑기 등을 할 수 있는 오락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활 체험, 새우잡기 등 오락거리마저 풍부해 한 번 방문하면 관광·쇼핑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멀티 핫플레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스린 야시장 내부에 위치한 오락실을 방문한 시민들이 핀볼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같은 날 방문한 타이베이시 동부의 쑹산구 지롱강변에 있는 라오허제 야시장도 스린 야시장과 견줄 정도로 많은 인파가 운집해있었다.

랴오허제 야시장은 한 마디로 작지만 알찬 야시장이다. 600m 길이의 일직선 골목의 초입부터 끝까지 모두 먹거리와 볼거리로 채워졌다. 남부인 가우슝과 타이중으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에 있는 만큼 쇼핑과 식도락이 조화롭게 채워져 쉬이 발길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트렌디함’ 중무장·우수 접근성까지 갖춰

대만의 야시장은 어떻게 이렇게 성공적으로 지속되고 성장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우수한 먹거리다. 대다수 음식 가격이 5천원을 밑도는 선에 자리 잡아 진입장벽을 낮췄다. 또 야시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먹거리를 채워 넣었기에 방문한 모든 이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최신 트렌드에 발맞추는 노력도 일조했다.

노인부터 학생까지 전연령대의 고객이 방문하는 만큼 야시장 점포들은 홍게다리구이, 타코야끼, 큐브스테이크, 치즈 핫도그 등 트렌드에 걸맞는 먹거리를 집중 개발했다. 취급하는 물품도 의류, 신발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고 있다. 대만 젊은 층 사이에서는 유행하는 음식 먹으려면 야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밖에 야시장 인근에 타이베이 전역을 연결하는 도시철도(MRT)와 버스 정류장 등이 인접해있는 만큼 접근성도 뛰어났다. 야시장 인근에 주차장도 다수 마련됨과 동시에 지자체 차원에서 주정차 등 교통 위반도 철저히 잡아내는 만큼 교통에 피로감 느낄 일이 없었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볼거리·먹거리는 물론,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양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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