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전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하여’가 펼쳐지는 동곡뮤지엄 전시장 전경.

이성웅作 ‘공감’. 작품 앞으로는 평화 메시지를 담은 깃발 2천개를 꼽을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된다.

임용현作 ‘죽산 백산’

예술가 시선으로 바라본 동학농민혁명은 어떨까. ‘사람은 곧 하늘이다’라는 사상을 내세운 이 혁명은 관료들의 부패에 맞서고, 일본의 국권 침탈로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한 백성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1년간 이어진 두 차례 봉기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는 대한민국이 근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한말 의병의 전적지. 광주 어등산 자락에 자리잡은 보문고등학교는 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와 함께 2년째 의병 추모제를 지내오고 있다. 의로운 동학 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이런 취지는 전시로도 이어졌다.

보문복지재단 동곡뮤지엄은 9일부터 7월21일까지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전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하여’를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후원을 받아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지역전시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동학농민혁명을 중심으로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에 이르는 역사적 순간들을 다양한 예술 형태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자리다.

구본주·김정헌·김준권·신학철 등 민중미술 분야에서 인지도 있는 작가들을 비롯해 폭넓은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16명의 광주 작가 등 모두 33명이 전시에 참여한다.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찾은 전시장은 작품 설치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초입에서 만난 작품은 임용현 작가의 미디어아트 ‘죽산 백산(竹山 白山)’. 투명한 커튼천에 투영된 화려한 영상 작업은 관객을 새로운 동학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듯했다.

죽창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세운 구본주 작가의 농민 조각상 그리고 그 옆에 낫을 든 팔 조각은 민중의 굳센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폭포를 연상케 하는 나뭇가지 무더기 그리고 길다란 광목천 설치 작품은 정기현 작가의 ‘나무로부터-동경대전 베껴쓰기’다.

당시 민중들의 결연한 얼굴을 표현한 위쪽의 나무조각, 그 아래 글귀들은 그들이 간절히 염원했던 인본주의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문서현 작가가 설치 중인 민중의 꽃 민들레 홀씨와 주먹밥을 소재로 한 공예 설치 작품 ‘백산에서 이어지는 대동세상의 꿈’도 만나볼 수 있었다.

또 2층 전시 공간에는 박홍규 작가의 30여점 판화 작품과 함께 동학 관련 유물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야외에 설치된 대형 에어작품은 이성웅 작가의 ‘공감’이다. 모든 이를 품고자 하는 히어로와 같은 형상으로 치유와 안정을 전하려는 의도를 담아냈다. 그 앞 깃발대에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깃발 2천개를 꽂는 체험 공간이 조성된다.

전시 연계 행사로 오는 10일 오후 1시 ‘새 문명을 여는 외침: 다시 개벽과 하늘모심’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마련됐으며, 문희영 예술공간집 대표와 함께 하는 릴레이 아트토크가 14일, 22일, 29일 세 차례에 걸쳐 열린다.

정영헌 보문복지재단 동곡뮤지엄 이사장은 “130년의 시간을 거슬러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동학농민혁명의 열기와 정신을 예술가의 새로운 시선으로 살펴보며, 대동세상을 향한 예술의 울림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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