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서 주월초등학교 교사

새까맣게 탄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개구쟁이들과 만났다. 보기만 해도 귀여워 웃음이 절로 나오는 아이들에게 여름방학에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 만에 얼굴이 까맣게 탔다며 손가락으로 자랑스럽게 브이를 그리는 아이, 물놀이를 신나게 한 이야기에 눈빛이 초롱초롱한 아이, 야구 경기 보러 다녀온 후 캐치볼이 너무 재미있어졌다는 아이, 모두 저마다 지낸 방학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에 어찌나 귀엽던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래, 그렇게 모두 그을린 얼굴로 건강하게 웃어줘서 정말 고마워 얘들아. 얼굴이 타야 여름방학이지, 안타면 그건 반칙이다.

건강한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얼마 전 파리 올림픽에서 온 국민과 전 세계인이 환호하며 열광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선수들이 그동안 준비하고 연습해 온 것을 며칠 동안 아니 단 몇 초 만에 쏟아내는 모습에 존경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그 순간을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참고 버티며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며, 힘들어질 때면 영광의 미래를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었을 선수들을 생각하니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래 맞다. 몸을 움직이고 땀 흘리며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고 공부하고 배우며 커가는 게 우리가 하는 교육이다. 특히 요즘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대에 아이들이 겪는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운동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낮추고,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며, 학업과 학교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고민을 잠시 접어둔 채, 몸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며, 그로부터 오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은 발달기에 상당히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활동하며 놀던 경험은 생생하지 않던가. 어쩌면 운동의 경험은 누군가에게 학교생활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 그 뿐이랴. 운동은 학업 및 기타 측면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자기조절 능력의 강화이다. 대체로 운동은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엔 힘이 들고 포기하고 싶지만, 절제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고, 그로 인해 향상되는 체력과 신체 기능을 체험하는 경험은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과제를 하거나 어려운 내용을 학습할 때도,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인내하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살아가다 보면 만나는 어려움이나 새로움을, 아이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운동을 통해 느꼈던 성취감과 극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헤쳐 나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 및 자기조절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성도 운동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팀 운동은 협력과 소통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경기 전략을 논의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내 능력과 타인의 능력을 조율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등의 성공적인 협업 경험을 쌓아간다. 친구와의 우정, 믿음과 배려 등의 인성 가치 또한 몸소 배우고 느끼며 체화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일까, 매번 우리 아이들은 묻는다. “선생님 오늘 체육 해요?”, “쉬는 시간에 나가서 놀아도 되나요?”. 우리는 아이들의 움직임 욕구를 충족시키고 에너지 발산을 위해 학교에서는 일상 속 신체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체육 시간 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밖으로 나가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놀이 도구나 운동 기구들을 사용해 신체 움직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운동을 매일 즐겁게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생활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실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자주 제공해 줘야 한다. 스트레칭이나 체조 뿐만 아니라, 교과 내용과 관련지어서도 신체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10-15분 동안의 신체 활동이 주는 활력을 꾸준히 경험해 나간다면 활기차고 즐거운 교실이 만들어질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언제 운동하느냐고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가만히 앉아만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행복하고 건강하다고 느끼는지 되묻고 싶다. 공부도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하고 운동을 통해 신체 뿐만 아니라, 뇌 기능도 활성화된다. 소탐대실하지 말길 바란다. 또한 동서고금의 진리가 있지 않은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요즘 유행하는 자조 섞인 농담 속에도 우리의 교육이 방향을 잃지 않고 아이들의 건강이라는 절대가치를 지향하며 학업과 학교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움직임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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