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강현 작가 /김충식 기자

“예술의 힘은 ‘원천’에 있다고 생각해요. 재료나 물성적인 부분은 작업의 방식일 뿐 근간이 될 수는 없어요. 작업할 때 재료에 연연하지 않으려 해요. 합판을 이용한 유화 작업 그리고 캔버스 회화, 최근엔 디저트를 소재로 오브제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동구 작업실에서 만난 조강현 작가는 다양한 재료와 표현적 기법을 통해 오랜 시간 수평과 수직 개념을 여러 방면의 작업으로 펼쳐오고 있다.

“예술은 흔히 형식과 내용으로 구분되는데요. 어떤 형식을 이용해 무슨 내용을 담을 것인지가 작업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화 작업을 하는 작가는 우연적 요소에 따라 생겨난 이미지를 통해 공간의 깊이를 표현한다.

특히 10여 년간의 프랑스 유학은 그에게 조형학의 심층적 탐구를 가능케 했다. 작가의 기억 속 풍경과 심상 풍경이 한 화폭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초기 작업에서 층층이 쌓인 지층을 통해 수평선을 드러냈다면, 이후 작업에서는 푸른 빛깔 수평선 너머 먼 곳에 존재하는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가 맞닿은 풍경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작가의 내면 속 수많은 무의식은 하늘과 땅, 바다가 혼합돼 본 듯하면서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역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섬-245’

‘별헤는 밤’

“제가 담아낸 풍경은 상상의 이야기에요. 하늘과 수평선, 그 아래 깊숙한 곳의 바다는 우리의 감춰진 무의식을 떠올리게 하죠. 여기에 아스라이 자리한 부드러운 능선은 평온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날카로운 선들이 엉켜 있어요. 여기엔 수많은 기억, 상념, 아우성의 회로가 얽혀 있는 거죠. 그런 하나하나의 선들이 모여 형상을 만들고, 지금의 우리 모습을 나타내는 겁니다.”

바다와 섬을 소재로 삼은 작가이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진도 관매도에 들어가 작품활동을 하게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육지에서 섬을 바라보던 내가 섬이라는 수평 구조 속에 들어가는 거에요. 섬에서 육지를 보니 육지가 섬 같더라고요. 별 차이가 없더라는 거죠.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것엔 이중성이 존재하고, 그게 모여 결국 하나가 된다는 것. 그리고 결국 그게 내 작업이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Landscape-22’

‘Landscape-12-001’

최근 그는 회화작업과 함께 새로운 오브제 작업에도 나섰다. 소재나 표현기법엔 다소 변화가 있지만, 수평과 수직 그리고 이중성에 대한 그의 작업 개념은 그대로다.

“현대인의 삶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포크와 공구를 합친 오브제인데요.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건지, 노동을 위해 먹는 건지 이제는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에 와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면서 작품을 완성해봤어요.”
작가는 예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예술은 뿌연 안개 속 손전등 하나 들고 길을 밝혀가는 거라 생각해요. 손전등이란 게 바로 작가의 자아적 의지에요. 어디를 가야할지 모를 때 여기에 의지해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거예요.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자신의 근원적 사고를 갖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제 작업에선 ‘이중성’이 작품의 모토가 돼요. 어느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저만의 특별한 풍경을 펼쳐나가고 싶어요.”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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