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2(토)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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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결한 문장은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의 소설 『설국』(유숙자 역, 민음사)의 도입부다. 일본 근대문학 소설 도입부의 정수로 알려진 이 첫 문장은 워낙 유명해서 국내의 광고 카피나 작가들 사이에서도 오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설국』은 1937년에 처음 발표한 단편 「저녁 풍경의 거울」 이후, 12년의 긴 기간 동안 여러 단편을 모아서 수정한 나머지 1948년에 중편으로 완결판이 출간됐다. 그리고 1968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유년과 청소년 시절은 매우 불우했다.
그가 작가의 꿈을 꾸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라고 한다.
필자가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 문병란의 집’에서는 지난 겨울방학을 맞아 광주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제3회 광주 ‘어린이 시인학교’를 개설해 운영한 바 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스물두 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해 창작한 시는 천진하고 솔직했으며, 모두 침착한 얼굴과 고요한 눈빛의 분위기였다.
이전에 시를 그림으로 표현할 때는 다소 산만하거나 이동이 잦았지만, 오직 시를 쓰는 경우는 그림을 그릴 때와 달리 집중력의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시는 언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예술의 최상위다. 시는 엄청난 몰입과 상상, 그리고 표현의 적절성을 동시에 발현시켜야 하므로 극도의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다. 설령 지우개로 지우고 그 공백의 자리에 다른 시어를 가져다 놓는 경우라도 그 순간의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 긴장은 주위에 누가 서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설령 어떤 소란스러움이 귀를 스쳐 가는 경우일지라도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깊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편견과 선입견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내면의 정서가 고스란히, 그리고 눈치 볼 것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므로 어른들이 보면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광주 ‘어린이 시인학교’에 참가한 3학년 한 어린이의 시 「편한 의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의자에서 책을 보면 편하다/ 왜냐면 책 속의 그림이 아름답고/ 나를 기분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요리책을 읽으면 요리사가 된 것 같고/ ‘Who’ 책을 읽으면 과학자가 된 것 같고/ 미술책을 읽으면 화가가 된 것 같다// 책이 나를 만나려면 기다려야 한다// 학원도 갔다 와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 근데 의자가 “언제 와?” 할 것 같다// 서로 좋아하는 만큼/ 기다려야 한다// 의자도 책 읽는 나를 종일 기다렸을 텐데/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책을 봤다// 의자가 기분 상하지 않았겠지?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도 유년 시절부터 시를 썼고 성인이 된 후에 시에서 소설로 전향한 것이지만, 그의 문체가 시적인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의 시 창작이 그 바탕이 되었던 셈이다.
도시의 새들을 보면 짠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한 매연으로 깃털은 더럽혀지고 온갖 소음과 다툼과 불통의 소리 속에서 몸살을 앓는 새들을 지켜볼 때는 더 가슴이 아플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도시의 새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주 두리번거리며 혼자 고독해지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눈빛도 게슴츠레 풀려 있다.
그러나 산골의 새들은 일단 여유가 있어 보인다. 누가 크게 해하려거나 일부러 방해꾼이 되어 못살게 굴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들의 자유로움과 사색에 방해가 될까 걱정스러워서 창문을 닫는 경우에도 조심스러워질 뿐이다. 산골에 있는 새들의 눈은 맑아서 몰래 숨어서 보면 기분이 가벼워진다. 봄이 오고 있다. 애들아, 산골로 가서 산새와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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