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상수학(象數學)의 대가로 유명한 소강절(邵康節) 선생의 매화역수(梅花易數) 작괘법에 대한 설명이다.

매화역수 작괘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용론(體用論)을 알아야 하는데 먼저 체용론을 언급한 다음, 매화역수 작괘법을 설명한다.

체용론에서 체란 괘의 주인을 말하며 용이란 체인 주인이 하고자 하는 일, 처한 사건과 상황, 주인이 알고자 하는 사안(事案) 등을 말한다. 호괘(互卦)와 지괘(之卦)는 용의 변화를 뜻하는데, 호괘는 일의 중간인 진행과정을 설명해 주고, 지괘는 일의 결과에 해당된다. 괘에서 체용을 구별할 때는 동효가 있는 괘가 용이 되고, 동하지 않은 괘가 체가 된다. 또 동하지 않은 불변괘에서는 하괘가 체가 되고 상괘가 용이 된다. 또한 체용은 상대적인 것이므로 나를 체라 한다면 상대방은 용이다. 일반적으로 체가 용을 극하거나 용의 생을 받으면 나의 세력이 강해져서 좋지만, 체가 용의 극을 받거나 용을 생하게 되면 나의 세력이 약하게 돼 불리하다. 체용의 생극관계를 보는 것은 괘 해석의 기본이다.

체용의 관계를 볼 때는 체와 용이 비화(比化) 즉, 같은 오행끼리 괘를 이루면 서로 다투지 않고 협조해 모든 일이 순조롭다. 체가 용을 극하면 내가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되니 모든 일이 길하다. 용이 체를 극하면 상대방이 나를 이기는 것이니 모든 일이 흉하다. 체가 용을 생하면 설기(洩氣)로 인한 손실 또는 우환이 있다. 용이 체를 생하면 상대의 힘을 소모해서 나를 도와주는 것이므로 진행될수록 길하다.

위의 예에서는 본괘는 택화혁으로 일의 시작이고 지괘는 택산함으로 일의 결과에 해당하며, 호괘의 천풍구가 있어 일의 진행과정에서 뜻밖의 일이 생기거나 음욕이 강한 여자를 만나는 일이 있다. 택화혁의 용괘 이화가 체괘 태금(兌金)을 화극금(火剋金)하고 있다.

체괘와 용괘와의 관계는 오행의 성질과 오행 간의 생극제화(生剋制化)로써 길흉을 추단(推斷)해 예견(豫見)해 볼 수 있다.

즉, 체괘가 용괘의 생을 받을 경우, 건괘가 체를 생하면 공적인 일에서 기쁨과 이익이 있고 명예가 따르며 관청의 일로 재물이 들어오고 윗사람으로부터 도움이 있다. 태괘가 체를 생하면 서방에서 찾아온 손님과 음식을 먹거나 기쁜 일이 있고 금은보화가 생기며 벗과 같이 모여 공부하는 등 재화와 사람이 몰려온다. 이괘가 체를 생하면 남방에서 문서로 인한 이익이 있다. 진괘가 체를 생하면 산림의 일로 인해 기쁨과 이익이 있고 동방으로부터 움직이는 일로부터 이익이 있다. 손괘가 체를 생하면 산림으로 인한 일에서 이익을 얻게 되고 동남방에서 채소, 과일 등과 관련된 재물로부터 이익이 있다. 감괘가 체를 생하면 물이나 북방의 산물에서 이익이 있고 물가에서 이익이 오거나 물고기, 소금, 술 등 물에 관련된 재물로부터 이익이 있다. 간괘가 체를 생하면 동북방의 산과 밭의 재물로 인한 이익이 있고 산림이나 전답 등 토지를 얻는다. 사물에 있어서는 안정되고 숨는 것이니 어떤 일을 시작하든지 끝을 보게 된다. 곤괘가 체를 생하면 전답이나 토지에서 기쁨과 이익이 있고 주로 정적(靜的)인 일에서 이익이 오는데 몰래 숨어서 나를 도와주거나 지금까지 쌓아온 덕에 의한 결실 또는 곡식이나 열매로 인한 이익이 있다.

매화역수(梅花易數) 작괘법에는 선천수 작괘법과 후천수 작괘법이 있다.

선천수 작괘법은 먼저 수(數)를 일으켜 그 수로써 괘를 짓는 방법(先起數 後作卦)이고, 후천수 작괘법은 먼저 물상(物象)을 보고 작괘한 후에 수를 붙이는 방법(先作卦 後起數)이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연월일시 작괘법을 원용하는데 먼저 선천수 작괘법을 소강절 선생의 관매점(觀梅占)과 관목점(觀牧占)의 예를 통해 설명한다.

연월일시로 작괘할 때는 반드시 지지(地支)의 오행만을 쓴다.

자(子), 축(丑)에서 술(戌), 해(亥)까지를 순서적으로 1, 2부터 11, 12로 환산해 활용한다. 상괘는 연월일까지의 수를 합해 이를 팔로 제한 나머지로 먼저 짓고, 하괘는 연월일의 수의 합에 시수(時數)를 합해 이를 팔로 제한 나머지로 지으며, 다시 시수까지 합을 육으로 제한 나머지로 동효를 잡는다.

‘관매점의 실점예’로, 선생이 진년(辰年) 음력 12월17일 신시(申時)에 정원에 있는 매화를 바라보고 있는데, 매화가지에서 두 마리 새가 서로 싸우다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기이한 생각이 들어 그 연유를 알아보고자 선천수 작괘법으로 점을 쳤다. 진년의 진은 지지의 5번째이니 5를, 12월은 12, 17일은 17, 신시의 신은 9를 쓴다. 연월일의 합은 34가 되니 팔로 제한 나머지는 2가 돼 상괘는 태택이 되고 34에 9를 합한 43을 팔로 제한 나머지는 3이니 하괘는 이화가 돼 택화혁괘가 작괘되고, 총수인 43을 육으로 제한 나머지가 1이니 초효가 동효가 돼 위와 같이 혁지함(革之咸)이 된다.

관매점을 해석해 보면 본괘 혁괘가 지괘 함괘로 변했고 그 과정에 호괘로서 천풍구가 들어있다. 소성괘 중심으로 체용론의 생극관계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괘의 주인인 체는 태택(兌澤) 소녀이고 용은 이화(離火)로 매화꽃이 된다. 이 태괘 소녀가 용괘 이화로부터 화극금(火剋金)을 당하고 있는데, 이화가 내호괘(內互卦)의 손목(巽木)으로부터 목생화(木生火)로 생(生)을 받으니 용괘 이화가 체인 태금을 더욱 강하게 극(剋)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내호괘 손목은 외호괘(外互卦 건금)와 외지괘(外支卦 태금)로부터 금극목(金剋木)을 받고 있어 목생화(木生火)가 약화되고 있으며, 괘의 주인인 태괘는 내지괘(內支卦)의 간토(艮土)로부터는 토생금(土生金)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체용의 생극관계를 당시의 상황에 대입해 소강절 선생은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해질무렵(태괘) 소녀(태괘)가 매화정원에서 꽃(이화)을 꺾다가 정원지기에게 들켜 놀라(火剋金) 땅에 떨어져 다리 허벅지(巽風 股)를 다쳤으나(金剋木) 다행히도 소녀는 크게 다치지는 않고(金剋木) 죽지는 않는다(土生金).’ 이 후부터 이 관매점이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이 점법을 ‘매화역수’(梅花易數)라고 부른다.

다음은 ‘관목점의 실점예’이다. 사년(巳年) 음력 3월16일 묘시(卯時)에 선생이 친구들과 더불어 모란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는데 친구가 ‘저렇게 아름답고 무성한 꽃에도 명수(命數)가 있는가’라고 물으니 선생은 ‘모든 것에는 수(壽)가 있다’고 하면서 점을 쳐보았다. 사년 6, 3월 3, 16일 16을 합해 팔로 제한 나머지는 1이니 상괘는 건천, 여기에 묘시 4를 합해 팔로 제하면 5이니 하괘는 손풍이 돼 천풍구괘가 작괘되고 총수를 육으로 제한 나머지는 5가 되니 5효가 동효가 돼 위와 같이 구지정(姤之鼎)이 된다.

관목점을 해석해 보면, 본괘 천풍구괘가 지괘 화풍정괘로 변했고 그 과정에 호괘로서 건위천괘가 들어있다. 소성괘 중심으로 체용론의 생극관계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괘의 주인인 체는 손풍 모란이고 용은 건천으로 체의 상대방이다. 이 체괘인 손괘가 본용괘 건금과 외호괘 건금으로부터 금극목(金剋木)을 당하고 있고 외지괘 이화로 목생화(木生火)로 설기(洩氣)돼 있어 극(剋)과 설(洩)이 심한 까닭으로 손목(巽木)의 존재가 위험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체용의 생극관계를 당시의 상황에 대입해 소강절 선생은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괴이하도다! 이 모란이 내일 오시(離火)가 되면 말(乾天)이 밟아 상하게 되고(金剋木) 그 정도가 심해(木生火) 모란꽃 밭이 완전히 짓밟힘을 당하게 돼 그 명을 다하게 된다’고 했다. 과연 다음 날 오시에 고관들이 찾아와 말을 매어 놓고 모란꽃을 구경하고 있는데, 말들이 서로 뛰고 싸우다가 모란꽃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음은 매화역수 점법의 하나인 후천수 작괘법(後天數 作卦法)으로, 관노점(觀老占)과 관소점(觀少占) 두 개의 실점예를 통해 설명한다.

후천수 작괘법은 먼저 물상(物象)을 보고 작괘한 뒤에 수를 붙이는 작괘방법이다(先作卦 後起數). 선천수 작괘법과 마찬가지로 지지의 오행만을 쓴다.

먼저 ‘관노점의 실점예’이다. 선생이 기축일(己丑日) 묘시(卯時)에 노인이 동남쪽으로 걸어가는데 그 얼굴에 근심하는 빛이 역력해 노인에게 그 연고를 물으니, 별 일이 없다고 답하므로 괴이하다고 생각해 점을 쳤다. 노인은 노양(老陽)이니 건천을 상괘로 하고, 동남방은 후천팔괘에서 손풍의 방향이니 손풍을 하괘로 하면 천풍구괘가 된다. 건천 1과 손풍 5와 묘시 4의 수를 합하면 10이 되니 이를 육으로 제한 나머지는 4가 돼 4효가 동해 구지손(姤之巽)이 된다.

관노점을 해석해 보면 본괘는 천풍구괘가 지괘 손위풍괘로 변했고 그 과정에 호괘로 건위천괘가 들어있다. 소생괘 중심으로 체용론의 생극관계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괘의 주인인 체는 손목으로 노인이고 용은 건금이 된다. 이 손목이 본괘 용괘와 외내호괘 건금으로부터 심히 금극목(金剋木)을 당하고 있고 외내호괘의 금이 지괘의 손목까지 극하고 있어 괘체인 손목이 살아남기가 좀처럼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역경의 24번 째 괘인 천풍구괘(天風 卦)의 구사효에 ‘포무어 기흉’(包无魚 起凶)이라고 해 ‘꾸러미 안에 고기가 없으니 흉이 일어난다’는 뜻이 돼 불길함을 알려 주고 있다.

선생은 이러한 체용의 생극관계를 보고 노인에게 ‘앞으로 5일 동안 출입을 삼가지 않으면 큰 화를 당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노인은 이 말을 듣지 않고 잔치집에 가서 생선을 먹다가 목에 가시(乾金)가 걸려 그만 죽고 말았다.

이 관노점에서 기간 5일을 산정하는 방법은 체괘인 당사자가 길을 걷고 있었으니 총수 10을 반(半)으로 계산한 것인데, 만일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으면 총수 10을 10일로 하고, 만일 앉아 있으면 그 수를 배로 한다. 5의 수를 5시간, 5일, 5주, 50일 등 그 장단(長短)에 있어서는 그 때 그 때의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

다음은 ‘관소점의 실점례’이다.

선생은 임신일(壬申日) 오시(午時)에 어떤 소년이 남쪽으로부터 얼굴에 기쁜 빛을 띠고 오기에 점을 쳐보았다. 소년은 소양(少陽)으로 간산(艮山)이니 이를 상괘로 하고 남방은 이화(離火)이니 이를 하괘로 하니 산화비(山火賁)괘가 된다. 간산 7과 이화 3과 오시 7의 수를 합해 육으로 제한 나머지가 5이니 비괘 5효가 동해 풍화가인(風火家人)으로 변하니 비지가인(賁之家人)이 된다.

관소점을 해석해 보면 본괘는 산화비괘가 지괘 풍화가인괘로 변했고 그 과정에 호괘로서 뇌수해괘가 들어있다. 소생괘 중심으로 체용론의 생극관계로 해석해보면 괘의 주인인 체는 이화인 소년이고 용은 간토이다. 처음에는 본괘 체괘 이화가 화생토(火生土)로 설기(洩氣)되고 있으나 외호괘 진목은 내호괘 감수로부터 수생목(水生木)으로 힘(生)을 받아 본괘 체괘 이화를 생하고 있고 또한 외지괘로부터 본괘 체괘가 생을 받으니 결국 길한 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역경의 22번 째인 산화비괘(山火賁卦) 육오효에 ‘비우구원 속백잔잔 인 종길’(賁于丘園 束帛戔戔 吝 終吉)이라고 했다. 즉, ‘언덕과 정원을 꾸미고 비록 비단묶음이 적어 인색하나 마침내 길하다’고 해 처음은 인색하나 결국은 결혼하는 길점임을 알 수 있다. 선생은 이러한 체용의 생극관계를 살펴보고 ‘소년은 17일 내에 반드시 장가를 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역시 그러했다.

위와 같이 괘를 먼저 얻고 괘에서 수와 뜻을 보는 것이 후천수 작괘법이다. 선천수 작괘법은 체괘를 기준으로 용괘를 비롯한 타괘의 생극관계를 보아 길흉을 판단하는 점법이라고 한다면, 후천수 작괘법은 체용의 생극관계는 물론, 주역의 효사까지 고려해 길흉을 판단하는 점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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