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 화산면 꽃메협동조합의 ‘그린반장’들은 매주 면사무소 앞 ‘땅끝희망이 자원순환가게’에서 재활용품 분리 작업을 한다. 지난해에는 재활용품 판매로 적립한 207만5천원을 군 장학사업기금에 기탁하기도 했다.<해남군 제공>

“ESG가 뭔지 몰라도 마을이 깨끗해지고 모은 돈으로 기부도 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매주 화요일 해남군 화산면사무소 앞 ‘땅끝희망이 자원순환가게’ 마당은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화산면 43개 마을에서 모여든 주민들이 그동안 수거된 페트병과 캔, 플라스틱 등이 가득 담긴 자루를 내려놓고 서로 손을 보태며 정밀한 분류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17일 해남군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재활용품 분리배출 활동은 벌써 1년 반 넘게 이어져 오고 있으며 해남형 ESG(환경·사회·투명경영) 실천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산면 꽃메협동조합의 ‘그린반장’들이 자원순환 작업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전남도 탄소중립 실천 선도마을 공모사업을 통해 면내 43개 마을에서 각 1명씩 선발돼 마을에서 발생하는 캔,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올바르게 배출할 수 있도록 돕고, 매주 이를 수거해 군의 자원순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재활용품 판매로 적립한 207만5천원을 해남군 장학사업기금에 기탁하는 의미 있는 일도 했다.

마을 할머니들은 “재활용품 분리 배출·수거로 동네가 깨끗해지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모은 돈으로 뜻깊은 일까지 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ESG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도 초·중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걸 보면 참 기특하다”고 마을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린반장들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산면 초입에 위치한 연정리 고인돌 유적지에 ‘이끼공원’을 조성해 탄소중립 명소화에도 힘을 보탰다.

이끼는 나무보다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월등히 높아 탄소중립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유적지는 한때 인적이 드물어 썰렁했던 장소였지만, 할머니들의 정성 어린 관리 덕분에 사철 푸른 이끼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이 시도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주민 참여형 탄소중립 실천의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화산면 꽃메협동조합은 당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돕기 위해 결성된 주민 단체로, 자원순환 활동 외에도 화산면 학생들의 아침밥 먹기 캠페인, 어르신 천원밥상 제공 등 지역 내 공동체 정신 회복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김병승 꽃메협동조합 이사장은 “화산의 ESG 실천은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은 물론 미래세대에게 아름다운 가치를 물려주기 위한 자부심과도 같다”며 “ESG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마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해남=박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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