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희

Ragchaasuren Unurjargal

Mondal Narayan, Chandra

이주민의 서사가 담긴 사진을 통해 광주가 지닌 연대와 공존의 가치를 성찰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18일부터 31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과 글라스폴리곤에서 열리는 김성재 사진작가 개인전 ‘모든 여정은 의미가 있다. 모든 육신은 영혼이 있다’이다.

지난해 9-10월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레지던시에 참여한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주민, 다문화 공동체의 삶을 담은 사진과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텍스트 5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인물과 서사를 함께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적 접근을 통해 2021년부터 4년 간 고려인 청소년, 외국인 노동자, 난민, 결혼 이주민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초상 사진을 넘어 이주민의 정체성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겪는 갈등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시는 연민이 아닌 공존의 시선으로 이주민을 바라볼 것을 말한다.

또 이들을 사회적 약자나 경제적 필요에 의해 수용해야 할 대상으로 한정하는 게 아닌,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 받아야 할 존재로 조명한다.

작가는 이를 위해 각각의 인물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들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이러한 철학은 전시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이주민의 이동과 정착이 개개인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여정임을 강조하며, 그들의 존재가 노동력에 국한되지 않고 존엄한 삶을 영위해야 할 주체임을 시사한다.

아울러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금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열리는 만큼 5·18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5·18민주화운동이 독재와 억압에 맞서 인간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다문화 사회 속 이주민의 존엄성과 권리를 조명하는 현대적 민주주의의 확장을 의미한다.

정헌기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대표는 “이번 전시는 광주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현재적 맥락에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5·18이 단순한 과거 기억이 아니라 현재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임을 보여주는 자리다. 다문화 사회에서 민주·인권·평화의 의미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재 작가는 “단일민족과 순혈주의가 강조됐던 시기를 지나 이제 우리는 다문화 사회에 직면했다. 존엄성과 보편적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이주민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며 “이들 개개인은 훨씬 다양한 삶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어디에서 왔고 무슨 일을 하든 이들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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