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가 청사 출입구 바깥쪽 ‘식물벽’에 조성한 800여 개 화분 전체를 제거했다. 관리 부실로 대부분 말라버려 주민들마다 불편함을 토로하는 상황이어서다. 여름과 겨울철을 겪으면서 일부를 교체하긴 했으나 처음 있는 일이다. 귀중한 예산 낭비에 대한 비난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식물벽은 미세먼지 휴식 공간의 일환으로 2019년 12월에 꾸며졌다. 모두 864개(가로 48개·세로 18개)의 구멍이 뚫린 곳에 심은 화초는 조금씩 변화를 거치다가 2021년부터 아이비로 대체했다. 초록색을 띠며 공기 정화 효과가 뛰어난 넝쿨식물로 관리가 비교적 쉽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이파리는 대부분 갈색으로 변했고, 손으로 만졌을 때 바삭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동구는 식물벽과 함께 설치한 의자까지 포함해 총 3천400여 만원을 투입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한 푼 두 푼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유사한 사업을 진행한 다른 지자체와 달리 별도의 전담 인력을 두고 활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남구는 용역을 통한 정기 정비 외에도 주 1회 ‘시민 가드너’를 통해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서구는 조경에 관심이 많은 주민에게 참여 수당을 줘가며 분갈이와 병해충 예방 등을 맡겼다.

의아스럽다. 동구의 경우 특히 상태가 심각하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풍경으로 절로 자리를 피하게 만들고 있다. 관리가 어려운 식물도 아니라면서 기껏 세금을 들여 심어 놓고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이나 졸속이다. 당장에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상기후에 따른 계절과 온도 변화에 민감한 사정까지 고려돼야 한다.

시행착오의 과정일 수도 있다. 서구 역시 한때 도마 위에 올랐었다. 심지어 조화로 대체하는 등 스마트 녹색쉼터 조성의 적정성 논란이 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불거졌다. 동구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푸른 식물로 외벽을 꾸며 싱그러움을 더하고 휴식처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큰 돈이 안 든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오산이다. 더는 문제 제기가 없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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