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7(수)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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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 후보 중 균형발전 메시아는 노무현 후보였다. 서울을 충청권으로 이전한다는 수도 이전 공약 때문이다. 서울 사람들에겐 날벼락이었다. 반면에 지방 사람들에겐 조선 개국 이후 얹힌 체증을 풀어주는 특효약이었다. 비록 수도 이전은 좌절됐지만 지금의 세종시를 만들어냈다. 균특회계, 균형발전위원회, 혁신도시도 만들었다. 지방 사람들 응어리를 풀어줬던 균형발전 전도사를 자처한 대통령이었다.
이명박 후보 간판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를 통한 균형발전이었다. 경부 운하 건설은 공약 발표 때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대로 4대강 사업으로 축소됐다. 지방에 광역경제권을 만들어 수도권과 경쟁시키는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었다. 요즘 뜨는 메가시티 전략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서울시장 출신 대통령이란 지방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균형발전에 비교적 많은 신경을 썼다.
박근혜 후보는 10대 공약에 균형발전과 대탕평인사를 내걸었다. 국민 대통합과 균형발전을 꾀해 ‘모두가 하나되는 행복 공동체 건설’이 핵심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를 완화해 ‘어디에 살든지 행복한 나라’를 만든다는 공약은 지방 사람들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 공약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광주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전남풍력발전단지’도 당시 내건 공약이었다.
문재인 후보 10대 공약에 균형발전은 빠졌다. 10개 공약 1순위는 ‘청년 일자리’였다. 균형발전이 빠진 자리를 ‘공정’과 ‘정의’가 대신했다. 균형발전은 공간적 정의의 실재적 표현이란 사실을 망각했다. 지방 사람들은 ‘참여정부 시즌 2’를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임기 내내 정반대 길을 갔다. 대신에 수도권 집값은 턱없이 올려놨다. 그 결과 수도권과 비수도권 주택 보유자 소득격차만 더 벌어졌다.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 균형발전 공약을 훑어봤다.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 중 여섯 번째 순위다. “세종 행정수도와 5극 3특 추진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겠습니다”가 핵심이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5대 초광역권과 3대 특별자치도 중심 균형발전, 자치분권 강화와 지방재정 확충, 행정체계 개편, 지역전략산업 육성, 거점국립대 육성, 지역사랑상품권, 지역관광 활성화, 지속가능한 농산어촌 등이다. 교과서처럼 빼곡하다.
김문수 후보는 10대 공약 중 네 번째 순위다. “GTX로 연결되는 나라, 함께 크는 대한민국”이 핵심이다. GTX로 연결되는 전국 5대 광역권 추진,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확충으로 30분 출퇴근 혁명, 교육과 의료 인프라 확충, 초광역 메가시티 조성, 첨단산업기반 마련을 위한 메가프리존 도입,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이다. 광주-송정-나주-목포를 연결하는 GTX가 눈에 띈다.
이준석 후보는 균형발전보다 조세와 경제의 지방자치를 강조했다. 10대 공약 중 세 번째가 “지자체, 법인세 자치권 부여로 지방 경쟁력 강화”다. 네 번째는 “최저 임금 최종 결정 권한 지자체에 일임”이다. 법인세 국세분의 30%를 지방세로 전환,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지방소득세 자율 결정, 기본 최저임금 30% 범위 내 지자체 자율 결정 등이다. 균형발전 대신에 지자체 간 경쟁이 인상적이다.
세 후보의 균형발전 공약은 멋을 부리기 위한 장식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선관위 홈페이지에 탑재된 10대 공약과 책자형 선거공보에 한정해서 그럴 수도 있다. 게다가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경기도지사 출신이고 서울 태생 후보여서 그랬을까.
역대 대선 후보들은 균형발전 공약에 많은 공을 들였다. 비록 공약(空約)일지언정 ‘말의 성찬’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대 대선부터 달랐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하긴 전체 유권자의 50.9%가 수도권이니 무슨 재간이 있겠는가. 그런데 어쩌랴. 향후 22대 대선에선 장식품 자리도 박탈당할 듯싶다. 메가시티를 지향해야 하는 수도권 입장에서 비수도권은 거추장스러운 옷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곧 세 후보 중에서 대통령이 탄생한다. 그들에게 비수도권은 어떤 존재일까. 액세서리일까. 아니면 일회용 종이컵일까. 균형발전은 당위이자 헌법적 가치다. 대한민국 헌법 제122조가 이를 웅변한다. 이를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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