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키움과의 홈경기에서 10회말 마운드에 오른 KIA 정해영.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최근 과중한 등판 속에 부하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불안정한 불펜 상황 속에서 마무리 투수에게 집중된 부담은 현재 팀 전력 운용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14일 현재 정해영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2.91, 2승 3패, 16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총 147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피안타 38개, 홈런 3개, 사사구 12개, 삼진 41개를 남겼다. 성적만 놓고 보면 준수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등판 부하만큼은 팀 내에서 단연 가장 크다.

올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34이닝을 소화하며 총 478개의 공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15.9구를 기록했으며, 이닝과 투구 수 모두 KIA 불펜진 중 최다다.

보통 마무리 투수는 시즌 전체에서 60이닝 안팎을 소화하는데, 정해영은 전반기 종료까지 아직 22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자신의 전반기 기록(32경기, 32이닝, 경기당 평균 13.5구)을 훨씬 웃돌 가능성이 크다.

주로 9회에 등판해 1이닝을 책임지는 역할이지만, 올 시즌 팀 전력이 흔들리면서 등판 빈도와 투구 소모가 함께 증가했다.

특히 지난 8일 한화전에서는 시즌 세 번째 멀티이닝을 소화하며 개인 최다인 44구를 기록, 소모가 컸다.

이 같은 누적 피로는 최근 그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5경기 정해영의 피안타율은 0.455로, 마무리 투수 기준에서 안정적인 수치로 보긴 어렵다.

같은 기간 kt 박영현(0.375), 한화 김서현(0.444), 롯데 김원중(0.333) 등 주요 세이브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단순한 기량 저하라기보다, 반복된 중책과 투구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문제는 정해영 한 명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KIA 불펜의 핵심 축인 조상우(35경기 30.1이닝)와 전상현(38경기 33.2이닝)도 잦은 등판으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이들 모두 평균자책점 4점대 안팎의 부진을 겪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필승조 전원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팀 불펜은 평균자책점 5.19로 리그 9위에 머물러 있고, 볼넷(129개)과 WHIP(1.65)는 리그 하위권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펜 난조는 단순한 뒷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선발진의 짧은 이닝 소화가 불펜 부담을 키우고, 수비 실책과 타선 기복까지 겹치며 경기 후반 불안정성이 악순환되고 있다. 여기에 주축 타자들의 잇단 부상도 경기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간접적인 요인이다. 결국 정해영의 과부하는 단지 개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팀 전력 운용 전반의 불안정성이 불펜으로 고스란히 전이된 결과다. 지난 14일 NC전에서 9회말 허용한 만루 홈런은 단순한 불펜 난조가 아닌 누적된 피로와 운영 불안이 만들어낸 위기 상황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리그는 전반기 종료까지 약 4주, 그리고 더 긴 후반기를 앞두고 있다.

마무리 투수가 시즌 전반기에만 30이닝을 넘겼다는 사실은 분명 경고 신호다.

특히 후반기로 갈수록 무더위와 체력 저하, 장거리 원정 등 외적 변수까지 더해진다.

지금 같은 불안정한 운영이 반복된다면, 정해영은 물론 필승조 전반의 기량 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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