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5(화)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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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인들이 주로 마시는 술은 소주로, 증류주 시장의 97%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음주량이 OECD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고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과거 특정 시점 조사에서 음주량이 높게 나타났지만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은 양뿐만 아니라 권주 방식, 회식빈도, 폭탄주 같은 음주문화 등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한국인은 술은 매우 좋아했고, 그만큼 음주문화가 삶과 문화에 깊이 뿌리내려져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고대로부터 곡주를 빚어 조상에 바치고 춤과 노래와 함께 즐겼다는 기록이 많이 있다. 농사철에는 반드시 술을 빚어 근로를 도왔고, 모든 행사에도 술이 동반됐다. 요컨데 관혼상제 유교문화권 행사에서 술은 필수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술을 즐기는 사람은 술의 장점을 수없이 피력한다. 또한 안주가 좋은 회식에 술이 없이 음료만 마신다면 그건 너무 공허하다. 필자도 젊은 시절 한때 미션스쿨에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좋은 음식에 단체가 즐긴다 해도 콜라에 먹으니 식사 끝나고 술 마시는 몇 사람이 별도로 소주집으로 향해 비용을 감수하며 기어코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전라도는 왜 이럴까. 오래전부터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생고기로 유명한 식당에 들렀다. 광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유난히 생고기를 즐기는 도시이고 반드시 거기에는 소주가 곁들여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식당에는 손님이 만원이었지만, 테이블에 놓인 소주병은 전라도 향토술은 하나도 없었다. 아, 전후사방 적들에 둘러싸인 고립무원의 느낌이었다. 의지할 곳 없이 외로움과 무력감을 느끼는 허탈한 현장이었다. 나만 ‘보해’를 마셔야 하는가. 전라도는 정치적으로 특정정당에 80%-90% 지지를 보내면서 향토술은 10% 소비에도 미달이라고 한다. 이 지역 기업을 키워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잘 살아 보자는 건가. 무슨 행사라도 할 경우 보해주류에 스폰을 요청하지만 타지역 술은 언감생심이다. 문제는 소주맛에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평소에도 차이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AI에게 물었다. 초록병 희석식 소주는 차이를 느끼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희석식 소주는 베트남 등 동일한 주정공장에서 공급받는데 거의 순수한 에탄올 알코올 성분이어서 주정자체에서는 맛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 물에서 차이가 나는가? 정답은 천만의 말씀이다. 소주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는 물은 정제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지역지하수나 특정물의 맛이 그대로 소주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것이고, 심지어 같은 브랜드의 소주도 공장마다 맛이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제조사마다 감미료의 종류나 비율은 다르게 하면서 미묘한 맛의 차이를 내려고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구분이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눈을 가리고 맛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고 AI에게 물어봤다. 이른바 블라인드 테스트다. 대답은 맛의 차이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답이다. 소주는 맛의 균일성이 중요해서 대량으로 생산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거부가 없이 즐길 수 있는 중립적이고 깔끔한 맛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선입견으로 아무 생각 없이 마시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소주에도 영혼을 담아 마셔야 하지 않을까. 이런데도 전라도에서 마저 10% 이하 시장 점유율이라면 우리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베트남 어느 식당에 가도 한국 소주가 인기가 있고 일반화돼 기쁘기 그지없었지만 ‘보해’ 상표는 단 한 병도 없었다. 보해직원에게 물어보니 해외진출 자금력이 안돼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답이다.
우리가 안 키운 기업이 한 발도 해외로 못 나가고 허우적대고 있는 격이다. 정치적 표심은 묻지마 90%대이면서도 향토기업 애용은 형편없으니 우리의 이같은 일을두고 야누스적 이중얼굴이라 해야 할까. 한국인의 국민술 소주를 즐기면서 답답함을 넘어 턱수염이나 매만지는 허탈한 저녁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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