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호령이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공격 지표에는 ‘한 점 야구’의 약점이 있다. 벤치 작전의 하나인 ‘희생번트’ 횟수가 리그 하위권에 머문다.

26일 KBO 집계에 따르면 KIA의 올 시즌 희생번트 횟수는 37개다. 이는 10개 구단 중 9위로, 키움(35개)만 더 적었다. 최다 팀은 한화(61개)이고, 롯데(58개)·LG(57개)·삼성(55개)·kt(50개)가 모두 50개 안팎을 기록했다. 이어 NC(47개)·두산(46개)·SSG(41개)가 그 뒤를 이었다.

희생번트 기록은 성공 장면만 반영된다. 번트를 시도하다 파울이 되거나 강공으로 바뀐 경우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시도는 더 많았더라도, 결과로 이어진 장면이 적으면 수치는 낮게 나타난다. 결국 이는 KIA가 ‘번트를 적게 쓴다’는 의미보다는, 성공적으로 연결된 장면이 부족했다는 해석이 타당하다.

KIA는 시즌 홈런 117개(2위), OPS 0.745(3위)로 장타력은 리그 상위급이다. 하지만 장타에 비해, 필요할 때 한 점을 만들어내는 세밀함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희생번트가 적다고 해서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KIA는 희생번트 수가 리그 7위였지만, 막강한 타선을 앞세워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희생번트가 흐름을 바꾸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

KIA는 올 시즌 1점차 패배가 17경기, 2점차 패배가 9경기다. 전체 패배(58패)의 45%가 1-2점차의 근소한 경기였다. 특히 한 점 승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생번트와 같은 전술적 성공 부재가 결과에 직결됐을 가능성도 있다.

상위권 팀들이 희생번트 성공을 많이 기록한 것은, 승부처에서 주자를 안정적으로 보내며 득점 확률을 높였다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KIA는 근소한 점수 차 경기에서 한 점을 확실히 만들어내는 전략이 아쉽다. 이는 최근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24일 LG전에서 KIA는 총 네 차례 선두타자가 출루했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특히 4회 무사 1,2루와 5회 무사 2루에서 번트 실패로 추가점을 뽑지 못했고, 결국 1-2로 역전패했다. 이날 네 차례 기회 중 단 한 번이라도 번트 성공이 있었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KIA가 득점권 타율이 낮은데 희생번트가 무슨 소용이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희생번트는 단순히 타격 성과에 의존하는 작전이 아니다. 상대 배터리를 압박하고 수비 위치를 바꾸게 만드는 등 흐름 전환 효과가 있다. 근소한 점수 차 승부가 잦아지는 시즌 막판일수록 ‘한 점 야구’의 무게감은 커진다.

현재 KIA는 54승 58패 4무(승률 0.482)로 리그 8위.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권과는 3경기 차다.

순위 경쟁력을 높이려면 힘과 장타력뿐 아니라, 작은 야구의 완성도까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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