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4(화)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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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예쁘게 피어난 꽃을 보면 저절로 걸음이 멈춘다. 고개 숙여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면, 마음 가득 꽃향기가 스며드는 것 같다. 발소리도 내지 않고 발끝으로 사뿐사뿐, 걷고 있는 고양이를 만나도 손을 들어 “안녕?” 인사를 나누면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인다. 자신들의 몸보다 몇 배나 커다란 먹거리를 옮기느라 서로 함께 힘을 모아 영차 영차, 열심인 개미들을 만나도 지나칠 수 없다.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지켜보며, 영차 영차 힘내라 응원의 인사를 건네면, 주먹이 불끈 힘이 난다. 특별히 잘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고,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지만, 건네는 인사 한마디에 웃음이 피어난다.
“안녕하세요?”
날마다 오가는 길에 마주치는 이웃과의 인사도 즐겁다. 서로 함박 웃으며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면 어깨가 으쓱 힘이 난다. 말 한 번 나눈 적도 없지만, 어느 새 익숙해진 이웃과의 인사도 즐겁다. 무심코 지나치기 보다는 간단한 목례라도 나누면 마음이 따스하다. 가볍게 나누는 눈인사 한번에도 발걸음이 가볍다. 하지만, 용기 내어 인사를 건네려 했다가도 마음 꾹꾹 누르며 지나쳐야 할 때도 있다. 괜스레 머쓱해진 마음에 다음에 또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불편하다. 또 다시 민망한 상황이 될까봐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걱정이 된다. 마주오며 건네는 인사에 고개 숙여 꾸벅 인사를 했다가도 멋쩍을 때가 있다. 눈길 한번 주지 않은 무표정한 인사에, 앞에 걷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인지, 뒤에 걸어오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인지, 핸드폰 속 사람에게 하는 인사인지 알 수 없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왜 인사를 해야 해요?”
이프로엔터테인먼트에서 출간된 오디오북, 『한이와 결이의 처음인문학』에 나오는 결이도 다음에 또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불편하다. 잘 알고 지내는 미용실 선생님을 길에서 만나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지만, 결이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미용실 선생님 때문에 속상하다. 자기를 무시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앞으로는 절대로 아는 척도 안 할 거야, 인사도 안 할 거야, 마음먹지만 자꾸만 마음이 불편해지는 결이를 통해 인사에 대한 생각을 넓혀주고 있다.
“미안해 결아, 정말 미안해. 선생님이 못 봤어.”
결이의 인사를 안 받은 게 아니라, 결이를 보지 못해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는 미용실 선생님의 말에, 마음을 풀며 고개를 끄덕이는 결이. 인사할 때는 언제나 상대방의 눈을 보고 또렷한 목소리로 밝게 웃으며 인사해야겠다는 결이의 다짐을 통해, 인사할 때의 자세와 왜 인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키워주고 있다. 눈도 안 마주치고, 쓱 지나가며 인사하기 없기! 인사는 사랑한다고, 응원한다고,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을 서로에게 전하는 마음 표현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말을 예쁘게 해야 해요? 왜, 친구 껄 뺏으면 안 돼요? 왜, 약속을 어기면 안 돼요? 왜, 거짓말 하면 안 돼요?”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질문들에 대한 정답을 주기 보다는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아이의 언어로 이야기하며, 상황 중심의 전개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끼고 이해하며,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있다. 아이의 하루 속에 스며드는 첫 인문학 이야기로, 한이와 결이의 일상을 따라가며, 인문학적 감수성과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더웠던 여름
계속되는 무더위와 열대야로 지치고 힘든 만큼이나 서로의 마음에 안녕이 됐으면 좋겠다. 머쓱하면 뭐 어쩌겠나, 사랑과 존중의 마음을 듬뿍 담은 인사는 따스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인걸. 조금은 어색할지라도 용기 내어 먼저,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응원합니다.” 나눴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힘이 되고 응원이 되는 안녕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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