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구매자가 취·등록세 납부 과정에 관심을 잘 갖지 않는 점을 노려 전남 동부권 일대에서 남의 돈으로 고리 사채를 일삼은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21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B(각각 30대)씨를 최근 구속 송치했고 이들을 도운 18명을 같은 혐의로 조사 중이다.

A씨 등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수와 순천, 광양 등에서 총 1천610회에 걸쳐 43억원 상당의 ‘세금깡’을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대상이 된 세금은 차량 취·등록세였다.

신차 구매 시 납부해야 하는 차량 취·등록세는 제3자가 대납할 수 있다. 또 차량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구매 대금과 취·등록세를 함께 주며 관련 절차를 위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판매자는 주로 행정사 자격이 있는 대행업자를 통해 등록 절차를 밟는데, 일련의 과정을 꿰고 있던 이들은 남의 돈으로 돈놀이를 했다.

취·등록세 명목으로 받은 돈을 납부하지 않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준 것.

이 과정에서 이들은 대출 희망자의 신용카드 번호를 받아 취·등록세를 납부했고 대출금의 33%는 선이자로 받아 챙겼다.

어떠한 자본금도 없이 고리대를 일삼은 이들은 취·등록세 납부 정보를 도용당한 신차 구매자들이 차량등록대행업체에 문제를 제기하자 사건 무마에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주범인 총책과 관리책을 우선 송치한 경찰은 텔레마케터와 차량등록대행업자, 행정사 등이 포함된 이들 일당이 별도 범죄도 저질렀을 것으로 보며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A씨 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서민들도 대부분 신용카드는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복잡한 서류 작성이나 절차 없이 소액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속였다”며 “신용카드만 있으면 소액을 융통해준다는 안내를 믿고 돈을 수령할 경우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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